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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못 뺏겨" 영역표시?…'1일 1분당' 폭풍 SNS 빠진 안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역구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당 안팎에서 내년 4월 총선 때 안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직접 나서 선을 그은 것이다. 최근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을 사수하기 위한 안 의원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모양새다. 3·8 전당대회 대표 경선 패배 뒤 공개 활동을 줄였던 안 의원은 최근 다시 일정을 늘렸고, 대다수의 시간을 분당 지역 일정을 소화하며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오전엔 지역구에 있는 운중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교통지도를 했고, 오후엔 분당갑 당협사무실에서 지역단체들과 연달아 간담회를 했다. 이날 공식 일정 4개가 모두 지역구 일정이었다.

국회의원이 지역 현안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대학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 대권 주자로서의 행보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왔던 과거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일정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메시지 내용도 달라졌다. 정치·외교·경제 등 거국적 현안에 관한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역구 활동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4일엔 “분당갑 당협의 이종애 여성위원장이 (자신의) 토크콘서트 포스터를 부착하고 홍보를 해주셨다”며 당원과의 호흡을 강조했고, 지난 3일엔 “성남시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시민들의 행복을 기원했다”며 지역구민과 함께 있는 행사 사진을 올렸다. 안 의원이 최근 거의 매일 분당 관련 게시물을 올리자 당내에선 “1일 1분당 안철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잠재적 총선 경쟁자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분당갑으로 복귀하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020년 총선 때 분당갑에서 첫 금배지를 단 김 수석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안 의원은 이곳이 비자 지방선거 때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친윤(親尹) 핵심으로 평가받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안 의원의 옆 지역구인 분당을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분당갑 보궐선거 때 출마하려다 안 의원이 나서자 양보한 박 처장은 부산 북-강서갑 의원일 때도 분당에 거주했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친윤 중에서도 친윤인 김은혜 수석과 박 처장이 총선 때 분당갑·을에 나눠 투입될 수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갑 운중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한 뒤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2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갑 운중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한 뒤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런 소문을 넘어 국민의힘 내부에선 아예 안 의원의 ‘험지 출마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안 의원이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인 곳에 투입돼야 한다”거나 “국민의힘이 약세인 수도권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얘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안 의원은 원래 고향도 부산이고, 안철수라는 이름을 걸고 싸우면 그래도 승산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안 의원이 3·8 전당대회를 치르며 띄었던 ‘험지 출마론’이 안 의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경선 당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전선에서 전쟁을 지휘한다”며 당시 경쟁자였던 김기현 대표를 향해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을 떠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압박했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6월 2일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6월 2일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물밑 분위기가 퍼져나갈 조짐이 보이자 안 의원은 “절대 지역구를 옮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잇따라 밝히고 있다. 안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수석이 당선된 뒤 2년만에 그만 둔 상황에서 저까지 2년만에 지역구를 옮긴다면 분당 주민들의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며 “분당에서 정말 많은 현안을 진행하고 있는데, 2년마다 지역구 의원이 바뀌면 지역 현안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선 “정치라는 게 역사가 있기 때문에 (김 수석이) 여기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에선 안 의원의 분당갑 출마가 국민의힘 총선 전략에도 좋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도권 전체 판세로 보면 여권이 불리한 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안 의원이 분당에서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다른 수도권 후보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분당갑 사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자 일각에선 안 의원이 두 번 금배지를 달았던 서울 노원병으로 가면 좋을 것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노원병은 내년 1월 당원권을 회복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안 의원이 직접 경쟁자로 맞붙거나 공천 문제로 극한 갈등을 일으킨 곳이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는 아직까진 정치적 상상의 수준이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을 앙숙인 이 전 대표와 경쟁시키는 그림은 당내 분란을 부추길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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