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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잔치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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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박현영 기자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유 차량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회 연설 현장을 취재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운전기사가 켜놓은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윤 대통령의 연설 뉴스가 흘러나왔다. 연설을 마친 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육성을 삽입해 리포트를 만들었다. 더빙 같은 언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에 신속하게 중요 뉴스로 다뤘을 것이다. 영어 연설이 연방의원 같은 지도층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한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길이 됐다.

국빈 방문의 목적을 한미동맹 70주년 축하에 뒀다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미국인에게 한국이 ‘생각이 비슷한(like-minded)’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국빈의 여유로운 노래 한 자락만큼 호스트를 만족하게 할 축하연 마무리가 또 있을까. 윤 대통령이 무반주로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려 흔들고 팔로 윤 대통령 어깨를 감쌌다. 바이든 양손이 핵 주먹이요, 어깨에 두른 팔이 바로 핵우산이라는 농담을 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 어깨를 감쌌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 어깨를 감쌌다. [AP=연합뉴스]

두 정상이 신뢰를 쌓고 친구가 됐다면 외교적 소득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사이만큼 든든한 관계도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미지 쇄신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성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도 했다. 핵 사용에 대한 절대적이고 유일한 권한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누구와도 협의할 의무가 없는데도 한국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국은 반대급부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지키겠다고 재확인했다. 자체 핵무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과 한국의 비핵화 약속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면 한국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이 한국 내 자체 핵 무장 여론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위협 강도를 높일 경우, 국민이 워싱턴 선언 이전과 이후 다른 점을 체감하지 못하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정쟁의 초점이 될 수 있다. 두 정상의 선언적 언어를 구체화하고 실효성을 높여 국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길을 찾아야 한다. 잔치는 끝났고, 어려운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