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해결해주겠다'며 10억 뜯어냈다…저축은행 청탁 대가"

대장동 사건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씨가 기자 시절, 저축은행 임원에게서 1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임원의 도박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검찰 등 법조계에 사건 청탁을 해주는 대가였다.

4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07~2008년쯤부터 2011년까지 당시 제일저축은행 임원이던 유모씨로부터 10억원을 챙겼다.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에 10억원 주고 2억8000만원 달라고 했다가 '범죄수익' 공범으로 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머니투데이 기자였던 김씨는 2007~2008년 강원랜드에서 도박한 유씨를 취재하겠다며 접근했다. 그러자 유씨는 “기사화 하지 말아달라”며 5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유씨가 도박한 것에 대해 유씨를 협박하던 사람들을 언급하며 “같이 해결해줄 테니 2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유씨는 현금으로 2억원을 건넸고, 김씨는 약속대로 기사를 쓰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 친분이 생겼다. 김씨는 제일저축은행 본사에 일주일에 1~2회씩 찾아갔고, 유씨 앞에서 부장판사 및 부장검사들과 통화하며 인맥을 과시했다고 한다. 이후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대출비리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김씨는 “검찰에 얘기해서 잘 해결되게 도와주겠다”며 또 2억원을 요구했고, 회장 비자금을 관리하던 유씨는 돈을 지급했다.

2011년엔 유씨 본인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유씨는 다시 김씨에게 연락했고, 김씨는 “검찰 고위 간부를 잘 안다. 걱정하지 말라”며 또 2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렇게 유씨는 김씨에게 약 4년간 총 10억원을 건넸다. 김씨가 돈을 요구한 명목은 ‘금융감독원 직원, 기자, 법조인들과 골프를 쳐야 한다’ ‘법률신문 인수 대금이 필요하다’ 등이었다.

하지만 유씨는 김씨의 약속과 달리 PF대출 건으로 구속됐고, 징역 10년형을 받아 2021년 4월 출소했다. 이후 ‘대장동 개발로 김씨가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번엔 유씨가 김씨에게서 돈을 돌려받기로 결심했다.

유씨는 2021년 10월 김씨 변호인을 통해 1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약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뒤에도 유씨는 구치소에 우편과 인터넷 서신을 통해 돈을 부치라고 요구해 총 2억8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김씨의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은 유씨를 지난달 24일 기소했다.

'이재명 측근' 김용 보석 석방…정진상에 이어 불구속 재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진 경기도청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자 대장동 개발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4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무렵인 2021년 4~8월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8일 구속기소 됐다.

2013∼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도 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1일 보석 석방됐다. 김용·정진상씨 모두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시점에 보석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