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불의 예술' 칠보의 세계에 빠져봅시다.

칠보는 유리질 유약으로 기물의 표면을 장식한 뒤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는 기법이다.
불과 유약이 만들어내는 마법, 칠보의 세계
사극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식품·생활용품·의례용품 중에는 보석은 아닌 것 같은데 보석처럼 빛나는 것들이 있다.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영친왕비 도금매죽잠의 경우, 비녀를 장식한 대나무 잎이 파란 보석을 박아넣은 것처럼 빛난다. 종이도 아닌 금속 표면에 어떻게 이런 장식이 가능했을까. 그 비결이 바로 유리질 유약으로 기물의 표면을 장식한 뒤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는 기법인 칠보(七寶)다. 칠보는 유약을 바른 기물이 가마 안에서 머무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기 때문에 ‘불의 예술’이라고도 불린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용산공예관을 찾아 노용숙 칠보기능전승자를 만났다.
칠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건 근대 이후의 일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파란이라고 불렸다. 중국에서 칠보를 부르던 법랑(琺瑯)이라는 명칭은 중국어로 ‘화란’ 혹은 ‘파란’에 가깝게 발음하는데, 이 단어가 조선에 전해지면서 파란이란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파란은 삼국시대의 금으로 만든 장신구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역사가 길다. 조선 중기 이후 활발하게 사용된 칠보는 1960년대 이후 해외에서 칠보 기술을 배워온 이들에 의해 기술과 재료가 현대적으로 변화했다. 왕실이나 소수의 사대부가를 위한 고급품에 주로 사용되던 범위도 넓어져 고급 혼수와 예물·관광기념품 등에도 활용됐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 활발하게 사용된 칠보는 현대에도 장식품을 비롯해 생활용품·의례용품 제작에 자주 이용된다.
세계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칠보는 그 방법도 다양하다. 철·동·은·알루미늄·스테인리스·점토·유리 등의 바탕재료에 유약을 바르고 높은 온도에서 굽는 게 기본 방식이다. 유약의 주성분은 유리질 함량이 높은 석영이고 여기에 녹는 온도가 낮은 붕사·소다 등을 소량 섞는다. 석영은 녹는 지점이 약 1700도인데, 이렇게 하면 1700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유약이 녹아 굽고 나면 반짝이는 효과가 난다. 또 각종 금속산화물을 섞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굽는 온도와 바탕재료의 특성, 유약을 바르는 기법을 달리 활용하면 칠보라는 이름처럼 여러 가지 효과를 표현할 수 있다. 금속판 위에 금속선으로 문양을 구성하면서 문양의 안과 밖을 칠보 유약으로 채우는 유선(有線) 칠보, 철침이나 누르개로 얇은 금속판을 눌러 무늬를 넣거나 정·망치로 요철을 표현한 뒤 그 위에 유약을 올리는 조금(彫金) 칠보, 고온에서 구워 부드러워진 은박을 이용한 박(箔) 칠보 등이 대표적이다.

칠보의 올리기 기법을 할 때 필요한 재료들. 유약과 이를 바탕재료에 올릴 붓·막대(죽필) 등의 공구, 작업물을 구워낼 전기가마와 표면을 다듬을 숫돌 등이 필요하다.
용산공예관에서는 칠보의 과정과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칠보의 바탕재료로는 원하는 쓰임새에 따라 금·은·구리·유리·점토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올릴 유약과 이때 사용하는 붓·막대(죽필) 등의 공구, 작업물을 구워낼 전기 가마, 작업물의 표면을 다듬을 숫돌 등이 필요하다.
칠보 기법 중 가장 쉬운 올리기 기법을 활용해 목걸이와 브로치를 제작해보자. 말 그대로 바탕재료 위에 원하는 양과 두께의 유약을 올리는 것이다. 창작자의 의도에 맞게 바탕재료를 성형하려면 실톱대·조임쇠·토끼발 등 각종 공구를 활용해야 하는데, 초보자가 하기 어려운 과정이라 공예관에선 미리 바탕재료를 준비해뒀다.
먼저 칠하고 싶은 유약의 색을 고른 뒤, 가루 형태의 유약에 적당량의 풀기가 있는 물을 섞고 막대로 조금 덜어서 바탕재료 위에 올리면 된다. 다 칠한 뒤 건조 과정을 거쳐 가마에 구워야 하므로 유약을 너무 두껍게 입히지 않도록 주의하자. 표면에 바른 유약에 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으면 마른 붓으로 좀 덜어내면 된다.

칠보는 유약을 섞어 바탕재료 표면에 색을 내는 것 외에도, 가마 안에서 머무는 온도와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표현을 달리할 수 있다. 칠보가 ‘불의 예술’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제 유약이 마를 때까지 충분히 건조한 뒤 가마 바닥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받침대인 가시발 위에 올려 전기 가마에 구워준다. 바탕재료가 달라 굽는 온도가 다르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집게로 가시발을 들어서 가마 속에 수평으로 넣은 뒤, 가마 문에 뚫린 구멍으로 칠보 공예품 상태를 확인하면서 굽는다. 굽는 시간에 따라 유약의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멍으로 계속 관찰하면서 시간을 조절한다.

칠보 기법으로 신소이(왼쪽) 학생모델은 새 모양 브로치, 나예현 학생기자는 하트 모양 목걸이를 만들었다. 바탕재료인 금속과 유약에 열이 가해져 화학적으로 결합한 상태라 잘 손상되지 않는다.
가마에서 꺼낸 가시발과 칠보 작품은 바탕재료인 금속과 유약에 동시에 열이 가해져 화학적으로 분자결합이 이뤄진 상태라 충분히 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약이 발린 표면을 숫돌로 매끈하게 갈아주고, 목걸이용 끈과 브로치용 핀을 달면 나만의 칠보 액세서리 만들기 끝. 유약을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칠보 장식품의 표면은 미적으로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손상되는 일도 드물다. 바탕재료가 금속일 경우 장식 효과에 더해 부식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불의 예술' 칠보의 매력, 이번 주말에 한 번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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