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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어버이날 100만원”…고물가에 5월은 걱정의 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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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린이날을 앞둔 3일 서울의 한 장난감 가게를 찾은 시민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을 앞둔 3일 서울의 한 장난감 가게를 찾은 시민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후 2시. 세종시 어진동 홈플러스 지하 1층 완구 코너엔 어린이날 맞이 장난감 할인 행사가 한창이었다. 매장에서 ‘어린이날 완구 BEST 5’로 꼽은 ‘뉴또봇 Y’의 가격은 4만4900원. 비싸다 싶어 시선을 위로 돌렸더니 ‘헬로카봇 파워크루저’가 8만1600원(40% 할인가), ‘베이블레이드 올인원 배틀세트’가 5만2430원(30% 할인가)으로 한술 더 떴다. 레고 ‘몽키킹울트라로봇’은 18만9900원이었다. 손녀와 함께 들른 김선호(69)씨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서 3만원쯤 생각하고 나왔는데 어림도 없다”며 “장난감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녀는 7만1900원짜리 ‘리틀미미 쇼핑몰’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5월 첫 연휴(5~7일)를 앞두고 고물가 부담에 시름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어린이날을 앞두고 많이 찾는 선물·외식·놀이공원 등의 체감 물가가 고공행진 추세다.

어린이날 선물 1순위인 장난감은 1만~2만원대 인형부터 3만~4만원대 로봇 장난감도 있지만 초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대형 장난감은 5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국민 게임기’로 꼽히는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일반 제품 기준 30만원대다. 게임팩은 5만~7만원대가 보통이다.

역시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가 많은 유아동복 물가는 지난달에 1년 전보다 9.6% 올랐다. 같은 기간 아동화 6.3%, 종이 문구 7.9%, 필기구는 10.2% 올랐다. 모두 최근 10년 새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성인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어린이날 평균 선물 예산은 12만4800원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도 고물가 추세가 여전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를 기록했다. 특히 어린이가 즐기는 햄버거(17.1%)·피자(12.2%)·돈가스(9.9%) 물가가 급등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하면서 외식 수요가 늘었다”며 “임대료 인상, 원자재값 급등, 인건비 상승 등 요인이 종합적으로 외식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3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겹살의 3월 기준 서울 지역 1인분(200g) 가격이 1만9236원이다. 1년 전보다 12.1% 올랐다.

5월 성수기를 앞두고 놀이공원은 일찌감치 입장료를 올렸다. 에버랜드는 지난 3월 성수기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8000원에서 6만2000원, 어린이날을 포함한 극성수기 가격을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어린이 5만8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4인 가족 방문 시 입장권 가격만 20만원이 넘는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지난해 초 성인 기준 자유이용권 가격을 기존 5만9000원에서 6만2000원(어린이 4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대 이상 성인의 어버이날 선물 예산은 평균 3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4인 가족이 연휴 기간 놀이공원을 다녀오고 선물과 식사에 어버이날 용돈까지 준비하려면 어림잡아도 100만원 이상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 이장원(42)씨는 “어린이날·어버이날을 따로 챙기는 대신 가족끼리 한번에 식사하기로 했다”며 “가정의 달이라 반갑지만, 돈 나갈 곳이 많아 ‘걱정의 달’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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