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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만 푸는 XX취급" 前남친에 문자만 800번…20대 여성 최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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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스토킹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7시간 동안 여자친구에 집착을 보인 행동은 스토킹 범죄일까 로맨스일까. 거주지를 찾지 않고 '인스타그램 디엠(다이렉트 메시지)'만 수백차례 보낸다면 스토킹 범죄일까. 최근 울산법정에서 스토킹 범죄 유·무죄를 가려볼 만한 선고 4건이 잇따라 나왔다.

7시간 동안 36차례 전화, 스토킹 처벌 
먼저 7시간 동안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40대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3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단독 이성 판사는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혐의(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그는 1년 정도 사귀고 헤어진 30대 전 여자친구에게 지난해 5월 21일 오전 6시 23분부터 오후 1시 59분까지 36차례 전화를 걸고, 집으로 찾아가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다. 전 여자친구 직장 등에도 찾아갔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전화하고 주거와 직장까지 찾아가는 등 범행 경위,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스토킹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스토킹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전 남자친구에게 메시지 800여차례 보내
거주지나 직장으로 찾아가지 않고 '인스타 디엠' 등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남자친구에게 지나치게 자주 연락을 한 20대 여성 B씨도 벌금형을 받았다. 형사4단독 정인영 판사는 B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는 4개월간 교제하고 헤어진 전 남자친구를 두달여간 '나한테 왜 그랬니' '성욕만 푸는 XX취급만 했지' '제네시스에 벤틀리 엠블럼 붙여 타고 다니면서' '성욕 풀고는 좋은 친구 필요한 지인으로 지내자' 등 800차례 이상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 판사는 "우울증 등을 앓고 있던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사과를 받으려는 마음으로 연락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상대의 거주지나 직장에 찾아가지 않고, 메시지를 이용한 괴롭힘도 집착이 아닌 스토킹 범죄로 본 셈이다.

헤어진 여자친구 집 세 차례 찾아가 
헤어진 60대 여자친구 집에 세 차례 찾아간 50대도 스토킹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 형사1단독 이성 판사는 일용직 근로자 C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명령했다. 그는 약 10년간 사귀던 60대 전 여자친구 집에 지난해 8월과 9월 세 차례 찾아갔다. "자기야, 문 열어"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창문을 수회 두드리는 행위도 했다. 이 판사는 "C씨는 피해자 주거로 찾아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다시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한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부인 직장 동료 외도를 해당 가족에게 지속해서 알린 40대도 스토킹 범죄로 처벌을 받았다. 형사9단독 이태희 판사는 D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명령했다. 그는 자신의 부인으로부터 "회사 여동료가 직장 내에서 외도하는 것으로 의심돼 동료 처지에서 스트레스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부인 동료 남편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곤 본격적인 증거 잡기 스토킹이 시작됐다. 지난해 2월 그는 부인 동료가 한 건물에 출입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한달여간 'xxx아버님이 멈추게 해주세요' '그나마 수위 조절한 영상과 사진을 보낸다'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여동료 남편에게 지속· 반복적으로 보냈다.

울산지법. 김윤호 기자

울산지법. 김윤호 기자

법원은 상대가 괴롭다고 느낄 정도로 과하게 집착했다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토킹범죄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2021년 10월 시행됐다. 지난 1월 국회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31건 발의된 상태다. 주요 내용은 반의사불벌죄폐지, 온라인스토킹 처벌규정 신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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