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기면 고수익" 유튜버도 가담…256억 챙긴 '리딩방' 정체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화면.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으로 투자자들을 속이며 ‘리딩방’을 운영해 200여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40명을 검거해 총책 A씨 등 1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가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투자 리딩방을 운영해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7명으로부터 총 25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투자 경험이 별로 없는 고령자나 주부 등이었다. 투자금은 수백만 원에서부터 10억원 이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본사 운영팀, 고객 센터팀 등 체계를 갖춰 조직을 운영했다. 주범 A씨는 IT 기술을 활용해 가짜 HTS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믿고 돈을 맡기면 고수익 보장하겠다”…투자자들 속여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튜브 채널과 무작위 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진입 절차가 까다롭고 운용이 복잡한 해외 선물거래를 쉽게 해주겠다. 믿고 돈을 맡기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구독자 수 8만∼13만명인 4개의 투자 유튜브 채널도 피해자 모집에 활용됐다. A씨 등은 이 과정에서 대포폰 등을 이용해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 접속자 수도 조작했다. 운영 회사 이름도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들을 사칭했다.

A씨 일당의 유혹에 넘어간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입금하고 HTS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HTS 화면상에서는 실시간으로 거래가 진행되고, 수익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연출된 가짜였다. 실제 돈은 A씨 일당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돼 다른 곳에 쓰이고 있었다.

경찰이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A씨 등은 피해자들이 수익금 지급을 요청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기도 하면서 의심을 피했다. 다만, 큰 금액의 환급을 요청하면 “하루 출금 한도가 있다”며 회피했다. 피해자들이 돈을 다 돌려달라고 할 경우 연락을 끊어 버렸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할 기미가 보이면 개인적으로 접근해 합의를 보는 방식으로 범죄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경찰에 피해 신고 접수된 금액은 255억원 정도다. 경찰은 전체 계좌 조사를 통해 총 3000억원 정도의 돈이 이들의 계좌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정산 장부 조사 결과 일당이 배당받은 돈은 127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 돈으로 고가의 시계와 외제 차를 사고 서울 유명 클럽에서 파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거래구조.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은 2022년부터 조직원들을 검거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40명을 검거했다. 또, 가담자들이 취한 범죄수익금 전액을 기소 전 추징보전 신청해 현재까지 법원에서 33억 6000만원을 인용 받았다. 경찰은 해외 도피 중인 공범 2명을 쫓는 한편, A씨 일당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추가 환수할 방침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