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침묵이 얼마나 편한데”…‘포스트잇 부부’가 택한 인생

  • 카드 발행 일시2023.05.05

남자의 인생 후반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스피스 종사자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종교인과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해 대부분 여성이다. 드문드문 남성이 같은 일을 맡는 경우도 있지만, 호스피스라는 인간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칸막이 무대는 단연 여성이 독차지하고 있다. 섬세하게 따뜻한 사랑을 환자에게 쏟는 그들에게서 “남자가 불쌍해, 남자가 불쌍해”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아주 정색을 하며 내 귀에 꽂아주듯 말을 건넨다. 그만큼 남자 인생의 마지막 여정이 힘들고 험하다는 뜻일 것이다.

70대 남편을 매일 주간보호센터로 보내면서 호스피스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에게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건 분명 모순이죠. 한평생 살아온 내 남편을 거들어주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다른 환자를 돌봐주는 건 힘들지 않아요. 나름의 의미도 있고요. 그럴수록 내 남편이 너무 짠하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거든요.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 내 마음속에서 매일 투쟁해요.” 또 다른 호스피스 봉사자가 말했다. “30대인 내 아들도 언젠가는 쓸모없는 늙은 남자 대접을 받을 시기가 오겠지요. 어떻게 저 삶을 이끌어줘야 할지 벌써 머릿속이 복잡해요.” 나이 든 남자들이 사방에서 치이고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을 여자들이 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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