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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포드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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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장원석 증권부 기자

테트라포드(Tetrapod, 네발 방파석)는 방파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블록이다. 파도나 해일을 막는 용도로 1949년 프랑스의 한 회사가 개발했다. 중심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4개의 뿔이 뻗어져 나온 형태로, 하나의 무게는 10~20t 정도다. 수십, 수백개를 넓게 쌓아 배치하면 그 자체로 방파제 역할을 한다. 테트라포드끼리 서로 얽히는 구조여서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수심이 깊거나 경사가 있어도 시공이 쉽다. 가격도 싼 편이라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됐다.

사람이 다니라고 만든 것이 아니지만 낚시하는 이들에겐 이만한 유혹이 없다. 바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서다. 사진 한장 찍겠다며 올라서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테트라포드는 보통 기울어져 있다. 표면이 평평하지 않고 둥근 데다 늘 젖어 있거나 이끼가 낀 곳도 많다. 당연히 미끄러지기 쉽다. 테트라포드 하나의 높이는 보통 5m 이상이다. 틈새 사이로 빠지면 크게 다칠 뿐만 아니라, 동반자가 없을 경우 구조 요청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 2월 제주 서귀포시 새섬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위성 신호가 포착된 실종자는 약 3주가 지나서야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5년 동안 테트라포드 주변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는 371건, 사망자는 49명에 이른다. 사고 건수에 비해 사망자가 유독 많다. 2020년 7월부터 테트라포드 출입을 통제하고 어길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통제 구역을 대형 항구나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국 8만5000개에 달하는 방파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테트라포드를 해경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쫓아다니며 수시 단속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올해도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강원도 강릉시 사천진항 인근 테트라포드에서 한 명이 실족사했다. 지난달 1일엔 속초시 한 곳에서만 두 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둘 다 크게 다쳤다. 곧 여름이다. 바다 근처엔 사람이 더욱 몰릴 것이다. ‘잠깐인데 어때’, ‘나는 괜찮을 것’이란 방심이 화를 자초하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하는 게 필요하다. 고기 한 마리, 인증샷 한장에 소중한 목숨을 걸어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