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삐 조이는 전세보증, 빌라시장에 불똥 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1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1·3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찾아가는 피해지원 서비스’ 상담 부스. 국토교통부는 자택 방문서비스를 포함해 미추홀구에서 운영 중인 이 서비스를 전세피해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 운영한다. [뉴스1]

1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1·3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찾아가는 피해지원 서비스’ 상담 부스. 국토교통부는 자택 방문서비스를 포함해 미추홀구에서 운영 중인 이 서비스를 전세피해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 운영한다. [뉴스1]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됐다. 보증보험은 임대인(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HUG가 임차인(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지급해준다. 가입 기준 강화는 반환을 보장하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의 150%까지 가입이 가능했던 보증보험을 공시가격의 126%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제도를 수정한다고 밝혔다. 보증보험 비율이 높아 ‘빌라왕’ 등이 높은 전셋값으로 임차인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봤다.

이달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면 공시가격 2억원의 빌라는 보증 한도가 3억원에서 2억5200만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 떨어진 만큼 실질적인 보증 한도 하락은 더 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 취지와 달리 전세시장에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대규모 ‘역전세’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수년 전부터 ‘보증보험 한도=전셋값’이란 공식이 작용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다. 또 임차인도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덜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을 선호한다. 결국 보증보험 한도가 내려가는 만큼 전셋값도 떨어지게 된다.

주택임대사업자인 최모(43)씨는 서울 강서구에 전세보증금이 각각 2억8000만원인 신축 빌라 3세대를 갖고 있다. 2020년 세입자를 받았는데 2억8000만원은 당시 공시가(1억8700만원)의 150%다. 이 중 빌라 2세대의 전세계약이 7월이면 끝난다. 세입자 중 한 명이 이사를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최씨는 올해 공시가(1억8700만원)의 126%인 2억3500만원 내에서 새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임대인 입장에선 한 번에 전세금을 공시가의 24%만큼 낮춰야 한다. 그는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새 세입자를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 세입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5000만원은 신용대출로 빌려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3세대를 모두 합하면 1억5000만원이 필요한데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은 버티더라도 임대인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계속되면 손해가 불어날 것 같아 차라리 개인파산을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반전세로의 전환 등 시장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1억3394만원으로,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서울지역 빌라 전세 거래량은 1만5928건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2만2751건)보다 30% 줄었다. 고금리 여파로 전셋값이 하락했고, 이후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대하면서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서 보증금을 돌려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주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기간 중 주택을 양도할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된다.

아파트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시행으로 급등했던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올해 초부터 4월 26일까지 전세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동일 단지·동일 면적의 전세 계약이 2년 전 같은 기간에 한 건 이상 체결된 3만2022건의 최고 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이전 거래보다 가격이 내려간 ‘하락 거래’ 비중이 62%(1만9928건)로 나타났다. 하락 거래는 수도권 66%(1만9543건 중 1만2846건), 비수도권 57%(1만2479건 중 7082건)로 수도권 비중이 높았다. 시도별로는 대구(87.0%), 세종(78.4%), 대전(70.8%), 인천(70.5%), 부산(69.6%), 울산(68.2%), 경기(66.0%), 서울(64.2%) 등의 순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