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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필리핀 지킨다는 美 약속 철통같다"...中 견제로 밀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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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철통 같은 방어'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직후 아시아의 또 다른 동맹인 필리핀 정상을 만나 같은 약속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1일(현지시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1일(현지시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필리핀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비롯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설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측 초대로 공식 방미한 것은 10년 만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군에 군사기지 4곳의 추가 사용권을 허가하고 지난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벌이는 등 최근 미국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 중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필리핀을 지킨다는 미국의 공약은 철통 같다"며 "필리핀군 현대화를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951년 체결한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이 굳건함을 재차 확인하면서다.

그러면서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에서 필리핀의 군대, 선박 또는 항공기가 공격받을 경우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확인한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국제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필리핀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하고 우선 경비함 4척과 전술 수송기 C-130H 3대 등을 필리핀에 보내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달 말 필리핀에 해안경비함 2척의 양도를 결정한 바 있다. 미 백악관은 "필리핀군의 해상 및 전술적 인양 능력을 향상시켜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1일 정상회담을 갖고 대중국 견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1일 정상회담을 갖고 대중국 견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필리핀을 두고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이 병참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이유로 (양국은) 경제·에너지 등 안보 이외의 분야에서 협력도 점차 커질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필리핀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며 첫 무역·투자 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한 것이 그 예"라고 보도했다.

외신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직후 필리핀 정상을 만난 데 주목했다. AP 통신은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에 있어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이 주요 아시아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관련 질의가 오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과 필리핀 정상의 미국 방문을 비교해 달란 질문이 나오자 "모든 방문은 고유하다"면서도 "필리핀은 70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다"고 짧게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르는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르는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필리핀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필리핀은 양안 갈등이 필리핀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외교·군사적 계산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중국과 단기적으로 마찰을 일으키더라도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더 밀착할 것이란 진단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에 우리가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동맹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한단 이유로 독재자 가문과 손잡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을 20여년 간 철권 통치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 왕따였던 이들 일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7일 일본, 24일에는 호주를 연달아 방문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미·일·호주·인도 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해 대중 압박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호주에 도착하기 전 22일에는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제임스 마라페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 도서국 정상 10여 명과 만난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파푸아뉴기니를 찾는 것은 처음이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무대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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