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대뜸 권총 들이댔다, 한국노총 본부장 총살당할 뻔

  • 카드 발행 일시2023.05.03

17년 전이다. 2006년 9월 17일 금강산 통행검사소. 당시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이던 양정주(현 기술보증기금 노동이사)씨의 머리에 북한군이 권총을 겨눴다. 말로만 듣던 즉결사살 위협이다. 양 이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한국노총’이라는 단체 명칭을 문제 삼았다. ‘한국’이란 단어를 용납할 수 없는 반역 행위로 봤다.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는 “생트집도 그런 생트집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당시 남북노동부문 협력을 위한 실무접촉을 위해 대표단을 꾸려 금강산을 찾았었다.

북한군이 ‘한국’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입국증에 “‘한국’ ‘대한’ 못 써”…H노총, H관광공사 

그해 2월 14일에도 한국노총과 북한군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던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입국사증 격인 관광증을 고쳤다. ‘H노총’이라고 명시된 것을 ‘한국노총’으로 바꿔 표기했다. 금강산 통검소의 북한군은 이 위원장을 ‘반동’으로 대했다.

당시 금강산을 찾는 한국 국민은 소속 기관의 고유 명칭이라고 할지라도 ‘한국’이나 ‘대한’을 못 썼다.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면서 현대아산과 북한이 금강산 안에서 ‘한국’ ‘대한’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남·북한’ ‘남·북조선’ 등의 이름을 쓰지 않기로 합의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후속 실무회담에서도 이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한국일보 기자는 ‘한국’ 대신 ‘H일보’, 한국관광공사는 ‘H관광공사’라고 적힌 관광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