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엘가의 수수께끼를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진회숙 음악평론가

진회숙 음악평론가

에드워드 엘가는 영국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그의 작품 중에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것이 있다.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를 멜로디, 화음, 박자, 리듬, 조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시켜나가는 음악을 말한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엘가 자신이 작곡한 주제 선율과 14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변주곡에는 사람 이름의 이니셜이 제목으로 붙어 있는데, 이는 모두 엘가와 친한 친구들의 이름이다. 말하자면 엘가가 친한 친구들의 캐릭터를 음악으로 그린 일종의 인물 스케치인 셈이다. 엘가는 친구들을 즐겁게 하고 또 자기 자신도 즐겁게 할 목적으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으로 읽는 세상

그렇다면 왜 이 곡에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이것은 ‘숨어 있는 주제’, 즉 연주되지 않는 주제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엘가는 이것은 일종의 ‘숨겨진 주제’로 전곡을 통해 한 번도 연주되지 않지만, 일반에게 잘 알려진 선율의 변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그 후 많은 사람이 엘가가 말한 ‘숨은 주제’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족할 만한 해답은 나오지는 않았다. 엘가가 숨은 주제가 멜로디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어쩌면 그 주제는 일종의 서사, 혹은 상징이었는지도 모른다.

엘가는 그 수수께끼를 아내에게까지 비밀로 했다. 말하자면 ‘아내도 모르는 비밀’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중 세월이 흘러 어느덧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엘가는 임종을 맞은 아내에게 수수께끼의 비밀을 털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보. 그것만큼은 영원한 비밀로 간직해두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의 ‘재미’로 남겨두기 위한 배려였을까? 여하튼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엘가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