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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번엔 필리핀 마르코스와 "철통방어"…中 포위망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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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마친 지 이틀 만에 다시 아시아의 주요 동맹인 필리핀과 안보 강화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9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적은 있으나,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초대로 공식 방문하는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백악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필리핀 방위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방미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보다 강력한 관계 구축을 위한 결심을 전달하겠다”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발전과 평화를 위한 양국의 오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군사동맹 강화 외에 청정에너지, 기후변화 및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마찰 중인 필리핀은 지난해 6월 30일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최근 미군에 4개 기지 주둔을 허용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인 ‘발라카탄’(3월 11일~4월 28일)을 실시하는 등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포위망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1일부터 오는 12일까진 23년 만에 처음으로 필리핀에서 양국 공군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연합훈련(Cope Thunderㆍ코프 선더)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은 과거 미군이 89년간 주둔했던 수도 마닐라 인근 클락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열린다고 미 태평양공군은 밝혔다. 미군 측에선 주일 미군 소속 항공기 12대 이상이 참가할 예정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 필리핀 마닐라 북쪽 잠발레스주 레오비질도 간티오키 해군기지에서 열린 미군과 필리핀군 간 제38차 발리카탄 연합훈련을 시찰하며 미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ㆍ하이마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6일 필리핀 마닐라 북쪽 잠발레스주 레오비질도 간티오키 해군기지에서 열린 미군과 필리핀군 간 제38차 발리카탄 연합훈련을 시찰하며 미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ㆍ하이마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이은 양국 간 훈련이 대만을 에워싸고 계속되는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란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선박 위협하는 중국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을 위협하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해경의 군사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일상적인 순찰을 하는 필리핀 선박에 대한 괴롭힘과 협박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해 비판한 것도 이런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필리핀과 중국 간 충돌이 빈번한 곳은 세컨드 토마스(필리핀명 아융인) 사주(砂洲) 인근 해역이다. 필리핀이 실효 지배를 주장하는 곳이지만, 중국이 남중국해를 안방으로 삼겠다며 그은 경계선인 ‘구단선(九段線)’ 안에도 들어간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로 지난 2월엔 이 부근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함정이 군수 물자 보급 작업을 하던 필리핀 해경 선박을 향해 레이저를 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또 지난달 22일에도 같은 해역에서 중국 경비정 2척이 필리핀 함정 가까이 돌진하는 상황이 벌어져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이와 관련, 사무엘 파파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1일 보도)에서 “중국이 필리핀의 보급 활동을 빈번히 방해하고 있다”며 “EEZ에서 필리핀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선 실시하지 않고 있고 (필리핀 측의) 요청도 없지만, (미 해군의 군사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과 필리핀 간 선박 충돌 시 미군의 개입 의사를 밝혔다.

핵잠수함 전개도 중국 견제용

이처럼 미국은 중국과 남중국해 제해권 싸움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도 남중국해와 관련해 “불법 해상 영유권 주장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강조한 문구였다. 국제상설재판소는 당시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26일 필리핀 해군의 '호세 리잘'함이 함포로 해상 목표물을 맞추고 있다. 사실상 중국 함정을 겨냥한 훈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필리핀 해군

지난달 26일 필리핀 해군의 '호세 리잘'함이 함포로 해상 목표물을 맞추고 있다. 사실상 중국 함정을 겨냥한 훈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필리핀 해군

한ㆍ미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핵추진 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에 합의한 것도 북한은 물론 사실상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취지가 들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파로 사령관은 한ㆍ미 간 이번 합의와 관련한 질문에 “핵잠수함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자유, 행복을 위협하는 모든 핵보유국을 억지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활동한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그는 또 “(핵잠수함 운용은) 침묵의 영역에서 계속된다”며 언제 어디서든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안보를 위해 호주와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영국ㆍ호주와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2030년대 초반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최대 5척 공급할 계획이다. 또 그사이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7년부터 최대 4척의 핵잠수함을 호주 서부 퍼스 해군기지에 순환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오른쪽),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포인트 로마 해군기지에서 열린 오커스(AUKU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리시 수낵 영국 총리(오른쪽),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움직임과 관련, 파파로 사령관은 “서태평양에서 잠수함 전력의 즉각적인 대응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ㆍ협력국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신속히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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