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31) 다시 해우한 삼형제, 조운까지 유비에게 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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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손건을 만나 유비가 여남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이때 하후돈이 군사를 이끌고 쫓아왔습니다. 승상인 조조가 허락했어도 다섯 관문을 통과하면서 부하들을 죽였으니 관우를 사로잡아 조조의 처분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관우와 하후돈이 맞붙어 싸웠습니다. 이때 전령이 달려와 조조의 공문을 보여주며 싸우지 말 것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하후돈은 다시 관우와 싸웠습니다. 또 다른 전령이 달려와 재차 싸움을 중지하고 관우를 보내줄 것을 알렸습니다. 그래도 하후돈은 관우를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 싸우려 할 때 장료가 달려왔습니다.

승상의 명령을 받들고 왔소. 관우가 관문을 공격해 장수들을 죽이고 나갔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혹시 가는 길을 막지 않을까 하여 각 관문으로 가서 그가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 두도록 이르라고 특별히 나를 보내셨소.

하후돈은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우는 장료에게 사례하고 다시 여남으로 향했습니다. 관우가 며칠을 가다가 폭우를 만나 곽상이라는 노인의 집에 묵어가게 됐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불효막심한 망나니였습니다. 그 아들이 한밤중에 관우의 적토마를 빼앗으려다가 들켜서 혼쭐이 났습니다. 그러자 새벽에 집을 나가 산적들과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관우 일행이 오자 다시 적토마를 빼앗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두목이 관우의 수염을 보고는 그가 평소 자신이 존경해온 관우임을 알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관우는 곽상의 호의를 생각해서 불초한 아들을 살려주었습니다.

관우는 이 과정에서 주창을 만났습니다. 주창은 황건적 장보의 부하였는데, 관우 를 만났을 때, 바로 그를 따르고 싶었지만, 그때는 도적의 무리에 있었기에 따를 수 없었습니다. 이제 다시 관우를 만나게 되자 죽기를 다해 따를 것을 원했습니다. 이때부터 주창은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들고 다니는 역할을 합니다.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는 주창. [출처=예슝(葉雄) 화백]

청룡언월도를 들고 있는 주창.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장비는 망탕산(芒碭山)에서 지내다가 유비의 소식을 수소문하던 중 고성(古城)을 차지해 은거하고 있었습니다. 손건이 먼저 도착해 관우가 두 형수를 모시고 왔다고 알리자 장비는 군사를 이끌고 관우에게 달려갔습니다. 관우는 장비를 보자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창을 휘두르며 달려오자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아우야, 왜 이러느냐? 도원결의를 잊었느냐!

너는 형님을 배반하고 조조에게 항복해 제후에 봉해지고 벼슬을 받더니 이제는 나까지 팔아 무슨 이득을 챙기려고 왔느냐! 내 이제 너와 사생결단을 하겠다.

두 형수가 말려도 소용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였습니다. 연의에서 장비는 생각을 숨기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진중함이 없이 너무 급하고 화가 나면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입니다. 위의 장면은 이런 성격의 장비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결국 관우가 조조군의 장수인 채양을 죽이고, 장비는 두 형수에게서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야 엉엉 울며 무릎을 꿇고 관우에게 절했습니다.

관우를 보자 큰 절을 하는 주창.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를 보자 큰 절을 하는 주창. [출처=예슝(葉雄) 화백]

여기서 잠깐 장비가 관우를 죽이려고 한 이유를 알아볼까요. 연의의 전신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에는 유비와 장비가 만나서 관우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큰 형님! 둘째 형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관우가 조조를 보좌하며 수정후로 봉해진 뒤에 원소의 두 장군을 죽여 나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것을 보면 도원결의를 잊은 모양이야.

그냥 둘 수가 없구나, 이 수염 긴 놈을! 네놈이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같은 날 죽기로 맹세해 놓고 지금 조조에게 붙어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내 이놈을 만나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

결국, 유비의 떨떠름한 말 한마디에 성질 급한 장비가 관우를 죽이려고 한 것이지요. 물론 모종강은 장비에게 불씨를 제공한 유비의 말은 슬쩍 빼버렸습니다. 성격 급한 장비가 뒤집어쓴 것이지요.

모종강은 두 형수를 모시고 조조에게서 빠져나온 관우의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관우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말고삐를 늦춰 잡고 두 형수가 탄 수레를 호위하며 따라가야 하니 혼자 달려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록 천리마가 있어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 첫째 어려움이었다. 허도의 성문을 빠져 나가도 관문은 한 두 곳이 아니라 첩첩이 막혀 있는데 요행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둘째 어려움이었다. 가려고 하는 곳이 바로 조조가 원수로 여기는 곳이라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이 다른 곳에 비교가 안될 만큼 엄하게 방어할 터인데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셋째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관우는 이러한 세 가지 어려움을 뚫고 마침내 떠나갔다. 하늘이 준 행운이라고 해도 사실은 신의 위엄에 힘입은 것이다. 결국 뜻을 결정하지 못하면 쉬운 일도 어려운 법이지만, 뜻을 결정하면 어려운 일도 쉬워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관우는 장비에게 두 형수를 맡기고 손건과 함께 유비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다시 하북의 원소에게로 가고 난 후였습니다. 다시 원소가 있는 하북으로 향했습니다. 관우는 이미 안량과 문추를 죽였기에 원소군의 눈에 띄면 안 됐습니다. 손건이 유비를 만나 원소로부터의 탈출을 논의했습니다.

유비는 원소에게 형주의 유표와 손잡고 조조를 치는 것이 좋겠다며 종친인 본인이 직접 찾아가서 일을 성사시키겠노라고 장담했습니다. 원소는 기뻐하며 허락했습니다. 참모 곽도가 유비를 보내면 반드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너무 의심해서는 못쓴다고 일축해버렸습니다.

드디어 유비는 원소에게서 빠져나와 관우를 만났습니다. 두 형제는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유비와 함께 와우산으로 가던 중에 조운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었습니다. 조운도 이제는 유비와 떨어지지 않고 평생을 충성하기로 맹세합니다.

유비의 충성스런 장군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의 충성스런 장군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삼지사방으로 흩어져 생사도 몰랐던 삼형제가 다시 해후(邂逅)하고 조운까지 뭉쳤으니 그들의 기쁨은 말로 이루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장수와 함께 며칠간 술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때 형제들은 오이꼭지처럼 떨어져 當時手足似瓜分
소식마저 끊긴 채 묘연하게 지냈네 信斷音稀杳不聞
오늘날 군신이 다시 의를 모으니 今日君臣重聚議
용과 범이 풍운을 모으는 것 같네 正如龍虎會風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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