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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한·미 사이버동맹 걸맞은 사이버 역량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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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 방미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워싱턴 선언’을 포함한 많은 성과가 나왔지만, 사이버 부문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큰 성과가 있었다. 양국 정상이 한미동맹의 사이버공간으로의 확장을 최초로 선언한 것이다. 상호방위조약의 사이버공간 적용을 위한 논의 시작을 천명함으로써 한미동맹이 사이버 영역을 포괄하는 미래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널리 알렸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또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채택해 사이버 협력의 범위·원칙·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 사이버 협력은 그 수준은 동맹으로 격상되고, 범위는 사이버 적대 세력 억지, 주요 기반시설 보호, 사이버 범죄 대응,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 보호 등으로 확장된다. 사이버 협력이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사이버 외화 수익 차단 목적의 정보 공유 확대처럼 전략적·목표지향적이 된다.

정상회담 성과 기회로 살리려면
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하는 등
미국과 동등한 협력 체계 필요해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전문가들의 입으로만 회자하던 한미 사이버동맹이 양국 협력의 공식 의제로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쾌거다. 우리 사이버안보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모멘텀이라고 본다. 수십 년간 사이버보안 분야에 몸담아온 필자도 오랜만에 들뜬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번 성과를 위해 보이지 않는 사이버 외교 현장에서 장기간 애썼을 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하지만 걱정 또한 지울 수 없다. 우리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설립, 사이버사령부 설립, 사이버국방학과 설립 등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갈 도약의 모멘텀을 여러 번 살리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도약의 기회로 살리기 위해서는 다음 과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미국과 동맹 수준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몸집을 키우고 체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이버작전사령부의 3성 장군 부대로의 확대처럼, 국방·정보·외교 분야별로 미국과 동등하게 협력할 정도의 체계·권한·역량을 갖춰야 한다. 조직 개편, 권한 강화, 역량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는 필수이다. 가장 먼저 신속한 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 국군조직법과 통합방위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한미사이버동맹을 사이버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사이버 우산에 들어가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이버 영토 보호를 위해 동맹국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이버 자주국방의 길을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우리보다 앞서 미국과 사이버 상호방위를 선포했던 호주·일본은 모두 미국의 사이버 우산에 안주하지 않고 기회를 잘 활용하여 자국 사이버안보 수준을 도약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도 이번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정보 공유, 공동 훈련, 공동 연구개발, 교육 협력을 사이버안보 역량 선진화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강력한 우산살이 되어 더 튼튼한 공동 사이버 우산을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한미 사이버동맹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사이버안보 동맹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 공동의 사이버 우산에 더 많은 국가를 참여시켜 더 크고 견고한 사이버 우산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미 영국과 사이버 동맹 관계로의 발전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행히 말만 해놓고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던 이전 정부들과 달리 이번 정부는 확실히 1년 전 한미정상회담 때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대통령실이 직접 사이버안보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집중력,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이 정부는 사이버안보에 진심이라는 신뢰를 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사이버안보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 글로벌 사이버 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기 사이버 영토는 스스로 방어하는 자주국방 역량을 갖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은 도약을 위한 찰나의 시간이다.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하고 발끝에 온 힘을 모아 도약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노력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리셋코리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