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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퍼지는 '1000원 아침'…이재명 찾은 1호 대학 비상,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 [연합뉴스]

‘1000원 아침밥’ ‘1000원 학식’이 전국 캠퍼스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들이 이 사업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일 각 대학에 따르면 우선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의 경우 현재 본교와 화순 전남대 의대, 여수캠퍼스 등 3곳 학생식당에서 일반식으로 ‘1000원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월평균 하루 이용 학생 수는 400명가량 된다. 전남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력이 떨어진 뒤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이 다시 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7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7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찾았던 전남대도 비상

아침밥 한 끼 단가는 3000원이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 지원에 학교발전기금을 보태 2000원을 마련했다. 학생들에겐 1000원 한장만 받는다.

전남대는 201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사업을 시작한 거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찾기도 했다. 8년째라 운영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였지만 매년 이어진 물가 인상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외주 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대학 측에 원가 인상을 요구한 적도 여러 번이다. 대학 측은 그때마다 업체를 설득하며 일단 ‘1000원 학식’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측은 “업체도 원가 절감을 위해 중간 마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료를 직거래하는 등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거로 안다”고 전했다.

‘1000원 아침밥’ 자료사진. [연합뉴스]

‘1000원 아침밥’ 자료사진. [연합뉴스]

발전기금 더 투입해야 할 판

전남대는 올해 농정원 지원예산 3500만원을 소진할 경우 대학 발전기금 5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처지다. 대학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기금사용은 부담이다. 대학 측은 지난해 말쯤 농정원 지원 예산이 예상보다 빨리 마른 경험을 했다. 전남대는 식당 이용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 농정원에 추가 지원예산을 신청한 상태다.

5000원짜리 도시락, 2학기엔 어쩌나

조선대는 지난달 25일부터 5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을 160명 학생에게 아침으로 제공 중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전력,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도시락 1개당 2000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대학 재정으로 2000원을 보태고 있다. 학생 입장에선 1000원만 내면, 5000원짜리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기관의 지원이 6월 19일까지다. 당장 2학기엔 지원금이 끊길 판이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대는 하루 600명 이상의 학생이 이용하지 않으면 1000원 아침밥 제공은 어렵다는 식당 운영업체 측의 입장에 도시락을 선택한 사정이 있다. 조선대 관계자는 “교내 건물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 측면에서 도시락이 더 낫다’는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했다”며 “농정원의 지원 사업 신청은 이미 늦었기에 동문회 등 외부 지원과 교비 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전남도가 지난달 24일 도청 정약용실에서 전남 쌀 촉진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 확대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전남과학대 이은철 총장, 순천대 이병운 총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목포대 송하철 총장, 동신대 이주희 총장, 청암대 김성홍 총장 직무대행. [사진 전남도]

전남도가 지난달 24일 도청 정약용실에서 전남 쌀 촉진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 확대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전남과학대 이은철 총장, 순천대 이병운 총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목포대 송하철 총장, 동신대 이주희 총장, 청암대 김성홍 총장 직무대행. [사진 전남도]

"정부, 지자체 추가지원 절실"

이들 대학뿐 아니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학의 경우 어렵사리 시작한 ‘1000원 학식’ 유지에 애쓰는 모습이다. 전국대학생네트워크의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7%가 ‘식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했다. 이런 현실에서 제도에 대한 호응 자체가 크다 보니 제도를 끌고 가야 할 대학 입장에선 이래저래 부담이다. 이에 대학들은 지속성을 높이려면, 정부나 지자체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밖 또래 청년은 ‘소외’

일각에선 ‘1000원 아침밥’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종로학원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졸업생 44만5815명 중 26.65%인 11만8829명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10명 중 3명꼴로 이 사업에서 소외된다는 의미다. 또 대학에 갔더라도 소속 학교가 이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청년까지 더해지면 1000원 아침밥에서 소외되는 청년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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