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1월, 28세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 도착했다. 3년 전 야심 차게 내놓았던 사무용 컴퓨터 ‘애플 III’가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서 궁지에 몰려있던 상황이었다(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휴대용 PC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 태평양을 건넜다. 일본에서 소니의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를 만난 잡스는, 곧 이어 미국에서는 2류 전자제품이나 만드는 볼품없는 회사로 인식되던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28세 잡스와 73세 이병철의 만남
잡스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사옥 안으로 들어서자 73세의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직접 마중 나와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양사 간 공급 계약은 물론, 미래 전자 업계에 대한 꿈을 서로에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