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이 뇌를 조종한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과 유산균

  • 카드 발행 일시2023.05.01

💊장내 세균이 우리를 조종한다면? - 잭 피니 『신체강탈자의 침입』과 프로바이오틱스 

얼마 전 아는 분의 약국을 몇 시간씩 대신 봐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병원 약사로 일하지만, 몇 년 전까진 저도 약국을 운영하고 있었죠. 비록 며칠간의 경험이긴 했지만, 제가 약국을 하던 당시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점은 사람들이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에 전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더 자주 접하기 때문일까요?

특히나 유산균과 장 건강에 대해 상담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분들은 유산균을 먹는 게 좋을지, 먹는다면 어떤 유산균이 몸에 맞을지, 또 프로바이오틱스는 무엇이고 프리바이오틱스와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궁금히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프로바이오틱스는 그냥 유산균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프리바이오틱스는 그 유산균이 먹고 자랄 식량인 섬유소나 프락토올리고당 같은 것들을 말한다고 보면 되죠”라고 설명해 준 뒤 이렇게 되묻곤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장내 세균이 우리 뇌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하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우리의 감정과 기분, 더 나아가 지적 능력까지 지배한다고 주장하면 살짝 미친 사람이란 말을 들었을 겁니다. 아니면 과도하게 상상력이 뛰어나거나 말도 안 되는 기괴한 공상에 빠진 인간이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고요.

사실 인간이란 종은 워낙 자신의 정체성을 과대평가하는 편이라 ‘온전한 자유의지’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하고 꿈꾸고 말하고 사랑하는 ‘나 자신’이 다른 뭔가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하물며 그게 신이라든가 외계의 고등생명체도 아니고 겨우 ‘박테리아’ 따위라면…. 그야말로 기분이 확 상하는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