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북쪽 자락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 있다. 연면적 5200㎡(약 1600평)에 3층 규모로 꽤 큼지막하고 번듯한 모양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의 일생과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같은 업적을 기리는 유품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이 기념관에는 박정희와 김대중, 화해할 수 없을 듯한 두 사람의 정신이 함께 깃들어 있다. 산업화의 박정희와 민주화의 김대중이 공존하는 언뜻 부조리한 공간이다.
“사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박해를 받은 당사자이기에 이를 허용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상 회고록에서 밝힌 박정희기념관 추진 동기다. 시작은 1997년 대통령 후보 유세에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대화를 이룩해 국가에 공헌했다”며 기념관 건립을 공약했다. 영남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