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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동결’ 요청했지만…결국 4년제 대학 17곳 등록금 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23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23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에도 올해 4년제 대학 중 17곳이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인해 재정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이 정부 규제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다.

등록금 인상 대학 ‘22년 6곳→23년 17곳’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열린 '대학생 2,076명 참여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생활고 증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열린 '대학생 2,076명 참여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생활고 증언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3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3개교 중 176개교(91.2%)가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등록금을 내린 대학은 4개교지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개교(8.8%)로 집계됐다. 지난해 194개교 중 6개교(3.1%)가 등록금을 올린 것에 비하면 등록금 인상 대학의 수가 올해 크게 늘었다.

올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이 많아진 건 국립대인 교대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국 10개 교대 중 서울교대와 공주교대를 제외한 8개교가 올해부터 일제히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 외에도 동아대, 세한대, 서울기독대 등 사립대 9개교도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들은 고물가로 인한 재정 위기를 등록금 인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등록금을 올린 A교대의 총무처장은 “등록금 수입 대부분이 강사료 등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지만 매년 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금은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기조 속 계산기 두드리는 대학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09년부터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하면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만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했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이 15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신입생 수는 줄고 전기와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과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대학들이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등록금을 올려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한데, 고물가가 지속되며 올해 등록금 인상률의 상한선은 4.05%까지 치솟았다.

올해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각각 3.95%와 3.86% 인상하기로 한 동아대도 한계에 다다른 재정 위기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등록금 동결이 14년 동안 누적되다 보니 학교 재정이 거의 바닥났다”며 “학생들이 등록금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등록금을 올리면 한 50억 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생기는데, 그로 인해 받지 못하게 될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액 20억 원 정도”라며 “(등록금 인상분으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해 학생들이 손해 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2023년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의 등록금 현황. 교육부 제공

2023년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의 등록금 현황. 교육부 제공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아직 유감 표명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등록금을 올리기로 한 대학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2월 이 부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립대 등록금, 국·공립보다 336만원 비싸

올해 4년제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9만 5200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 1800원 증가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입학금이 전면 폐지되면서 입학금 실비용분이 등록금에 반영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입학금의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8년 국공립대학을 시작으로 올해 전 대학에서 입학금 징수를 폐지했다. 다만 입학금 중 실제로 입학 업무에 쓰는 비용(실비용)은 신입생 등록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4년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757만 3700원으로, 국·공립대(420만 5600원)보다 336만 8100원 더 비쌌다. 사립과 국·공립대의 등록금 격차는 지난해 332만 8000원보다 약 4만원 더 벌어졌다.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66만 7800원, 비수도권은 624만 700원으로 집계됐다. 전문대는 132개교 중 114개교(86.4%)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전문대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12만 63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만 4500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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