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최고 134m 아치교 오르자 ‘천상의 오페라’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7호 24면

자연과 어우러진 호주 시드니

시드니 왕립식물원의 해안가 산책로는 이 아름다운 도시의 랜드마크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 촬영 명소다. 일몰 때는 하버브리지 뒤로 붉게 물든 노을을 볼 수 있다. 1932년 개통한 하버브리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아치교다. 석경민 기자

시드니 왕립식물원의 해안가 산책로는 이 아름다운 도시의 랜드마크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 촬영 명소다. 일몰 때는 하버브리지 뒤로 붉게 물든 노을을 볼 수 있다. 1932년 개통한 하버브리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아치교다. 석경민 기자

가을로 접어든다는 호주 시드니의 3월이지만 섭씨 30도를 넘어가는 도시의 햇볕이 피부를 찔렀다. 그럼에도 각종 꽃과 나무가 빼곡한 왕립식물관 북쪽편에 섰을 땐 바다 건너 보이는 오페라하우스 풍광에 반해 뜨거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초가을 바람을 온 몸으로 맡아보기 위해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코스는 왕립식물관에서부터 오페라하우스 주변을 돌고 시드니 하버브리지 밑을 지나는 시드니의 ‘랜드마크 모음집’. 가쁜 숨이 차올랐지만 시드니의 장관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땅을 차는 발길질이 가벼웠다. 한국 초가을보다 낮은 습도도 상쾌함을 더했다. 그렇게 4㎞를 달리고 나서 확인해 보니, 이 길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마라톤과 철인3종경기 코스로 쓰인 곳이었다. 당시 호주는 “시드니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라며 홍보했다.

여의도 10분의 1 크기 ‘왕립식물원’

하버브리지 등정은 가이드가 동행한다. 스마트폰은 들고 갈 수 없지만 가이드가 기념샷을 찍어준다. [사진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하버브리지 등정은 가이드가 동행한다. 스마트폰은 들고 갈 수 없지만 가이드가 기념샷을 찍어준다. [사진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시드니엔 항구마다 수백 대의 크고 작은 요트가 떠 있다. 몇몇 부자들의 취미용 요트도 있겠지만, 다른 수많은 배들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걸어서 2㎞ 정도 거리에 있는 달링항에서 요트를 타니 20분 뒤 하버브리지가 눈 앞에 들어왔다. 1149m의 하버브리지가 한 뼘 정도 길이로 보이는 그 지점이 ‘인생샷’을 찍어야 하는 순간이다. 하버브리지 위에 걸린 거대한 아치의 별명은 ‘옷걸이(Coat hanger)’인데, 이 옷걸이 끝에 오페라하우스가 걸리는 순간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의 손이 바빠진다.

그대로 약 10분 정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다 보면 건물 하나 없는 해변에 다다른다. 선상에 준비된 샌드위치와 치즈를 즐길 차례다. 저녁 무렵 이 요트를 타면 일몰도 구경할 수 있다. 운영사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은 성인 기준 약 5만원부터 시작한다.

하버브리지는 1932년 개통한 다리로, 시드니의 남북을 잇는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높은 아치교다.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시드니의 상징으로 꼽힌다. 새해엔 큰 규모의 불꽃놀이가 열린다.

이 다리의 꼭대기, 그러니까 옷걸이의 맨 위 고리 부분까지 걸어 오를 수도 있다. 아치 꼭대기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350호주달러(30만원)를 기꺼이 지불한다. 다리에 오르기 전, 안전을 위한 장비 착용 교육만 30분 걸린다. 술 마신 사람은 돈을 내도 할 수 없도록 음주측정도 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하얀색 페인트를 얼굴에 그어주는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작과 동시에 안전복 안으로 땀이 찼다. 달리기·요가·산책을 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50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재미와 아찔함이 동시에 찾아왔다. 가파른 계단을 10분 정도 오르고 나면, 본격적으로 둥근 아치를 따라 등정(登頂)을 시작한다. 그렇게 30분을 오르니 두 개의 국기가 보인다. 하나는 호주 국기고, 다른 하나는 원주민 기다. 호주 원주민 포용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영구 게양됐다. 이 깃발이 있는 자리가 꼭대기다.

바랑가루보호구역 수영장에서 선탠을 하거나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 석경민 기자

바랑가루보호구역 수영장에서 선탠을 하거나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 석경민 기자

360도로 탁 트인 시드니 도심이 보인다. 생명이 가득한 왕립식물원과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이 전부를 감싸고 있는 바다를 보면 돌아가는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거의 수직 각도의 계단을 오르며 ‘왜 사서 고생을 한 거지’ 생각도 했는데, 134m 높이에 서서 시드니를 발 아래 두니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전을 이유로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없지만 중간중간 가이드의 사진 세례가 기념샷 걱정을 덜어준다.

시드니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헬리콥터 투어도 있다. 20분짜리 헬리콥터 투어 가격은 220호주달러(약 20만원)다. 조각칼로 깎은 듯한 절벽을 끼고 운항을 하면 서퍼들의 성지 본다이비치(Bondi Beach)의 부서지는 파도가 보인다. 이제 도심으로 들어가 피규어처럼 아담해진 랜드마크를 구경할 차례다. 헬리콥터에 몸을 맡긴 동안 눈앞 광경은 광활한 자연과 옹기종기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10여분 만에 대도심으로 변모한다.

시드니 서큘러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왕립식물원은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의도 10분의 1 크기 공원에 발을 디디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나 나올 법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나무가 눈에 띈다. 수천 종의 식물을 구경하며 왕립식물원 끝자락으로 가면 한쪽엔 녹색, 다른 쪽엔 파랑색을 한눈에 품고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나온다. 지상에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오페라하우스에서 해안선을 따라 하버달링 방향으로 약 2㎞ 걷다 보면 발길을 멈추게 된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항만에서 수영하는 낯선 장면을 마주하면서다. 침대만한 크기의 돌 위에 누운 사람들은 햇볕에 몸을 맡기고, 그 옆 네다섯명은 할 수 있는 최대 높이로 뛰어 다이빙한다. 도시재생구역인 바랑가루 보호구역 초입에 설치된 시드니 최초의 해상 부유식 수영장으로 올해 초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호주 MZ세대의 ‘핫플’이다.

카약 타고 나가니 코앞에 돌고래가

심비오 야생동물공원에서는 코알라를 안고 셀카도 찍을 수 있다. 석경민 기자

심비오 야생동물공원에서는 코알라를 안고 셀카도 찍을 수 있다. 석경민 기자

시드니 남쪽으로 펼쳐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해안가는 여유로운 호주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울런공 인근에는 심비오 야생동물 공원이 있다. 이곳에선 캥거루한테 직접 먹이를 주고 만질 수 있다. 먹이를 손에 들자 캥거루 십여 마리가 단번에 뛰어와 나를 둘러쌌다. 사육사가 “어릴 적부터 사람과 함께 지낸 캥거루들이어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며 안심시켰다. 코알라와 ‘셀카’를 찍을 기회도 있다.

시드니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약 190㎞ 떨어진 저비스베이(Jervis Bay) 일대에선 다양한 수상 생물을 보고 스포츠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스포츠는 카약이다. 저비스베이 인근 파도가 치지 않는 커럼빈 강에서 카약을 띄운다. 수생식물인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카약 투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커튼처럼 뻗어 있는 맹그로브 나뭇가지를 헤쳐나가면 울창한 정글 한가운데를 날아가는 듯하다.

투명한 물 속에서는 물고기를 볼 수 있는데, 때때로 3m는 넘어 보이는 가오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 용기를 내 저비스베이까지 나간다면 돌고래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여행정보=시드니는 한국에서 직항편이 있는 유일한 호주 도시다. 시드니까지 비행 시간은 약 11시간. 지난해 11월 호주 국영항공사 콴타스가 인천~시드니 직항 노선의 운영을 시작했다. 5~10월에는 주 3회, 그 밖 성수기 때는 주 4회를 운항한다. 취재협조=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Destination nsw).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