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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싱가포르]“눈도 깜빡이지 말라”는 LIV의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막을 올렸다. 대회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Don’t Blink”라는 표어.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막을 올렸다. 대회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Don’t Blink”라는 표어.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Don’t Blink.”

아시아 무대를 공략 중인 LIV 골프의 대회장에는 이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입간판이 자주 보였다. 눈도 깜빡이지 말라는 도발적인 포스터. 두 눈을 깜빡하는 사이 재미난 일들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LIV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마케팅 표어였다.

현장에서 느낀 LIV는 예상대로 골프 특유의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콘서트적인 분위기”를 필드 곳곳에서 대신 느껴졌다. 조용함이 필수인 티잉 그라운드 옆에선 귓전을 때리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스코어를 결정짓는 그린 주변 역시 마찬가지. “Golf, but louder(골프지만, 더 크게 환호하라)”라는 또 다른 문구처럼 LIV는 새로운 형태의 골프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올 시즌 5차 대회로 열리는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필 미켈슨(53)을 필두로 더스틴 존슨(39), 브룩스 켑카(33·이상 미국), 이안 폴터(47·잉글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43·스페인) 등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아직은 친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흥미롭게 다가온 지점도 여럿 보였다.

출발부터 여느 투어와는 달랐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려쬐기 시작한 오전 9시경. 클럽하우스 바로 옆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오전 10시15분 샷건 출발을 앞둔 선수들이 모두 클럽을 들고 나와 저마다 감각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비롯한 일반적인 투어는 조편성을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눈다. 먼저 오전조와 오후조로 분류한 뒤 1번 홀과 10번 홀로 이를 다시 구분한다. 조 사이사이에는 10분 정도의 간격을 둔다.

그러나 LIV는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1~18번 각 홀에서 같은 시간 출발한다. 샷건 방식이다. 일반 투어에선 최종라운드 일정이 악천후로 크게 밀릴 때 샷건을 통해 경기시간을 단축한다. 웬만해선 보기 힘든 경우지만, LIV는 경기시간을 5시간 안팎으로 줄이기 위해 샷건을 택했다. 다른 대회가 새벽부터 시작해 해가 지기 전까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도 깜빡이지 말라”는 LIV의 당부가 일견 이해가 가기는 했다.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샷건 출발을 앞두고 선수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기 중인 미니버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샷건 출발을 앞두고 선수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기 중인 미니버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LIV 대회는 1라운드부터 마지막 3라운드까지 선수들의 티타임이 모두 같다. 그래서 연습을 하는 시간도 서로 겹친다.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이 1시간 넘게 붐비는 이유다. 선수와 캐디, 관계자 그리고 이를 보려는 갤러리까지 한데 몰려 클럽하우스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티샷 시간을 앞두고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대회장인 세라퐁 코스(파71·7406야드)와 클럽하우스 사이의 거리가 1㎞가량 돼 도보 이동은 불가능한 상황. 이를 위해 미니버스와 6인승 카트가 줄지어 대기해 선수와 캐디를 실어 날랐다. 오전 9시55분부터 탑승을 시작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5분 뒤 이동이 시작됐다. 이때 즈음에는 LIV 수장 그렉 노먼(68·호주)도 나타나 개인용 카트를 타고 코스로 향했다. 이 카트 전면유리에는 ‘LIV G.N’라는 이름표가 적혀있었다.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샷건 출발을 앞두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이 한창인 선수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LIV 골프 싱가포르가 28일 센토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샷건 출발을 앞두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이 한창인 선수들.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코스 안으로 들어가면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1번 홀로 가는 길 내내 큰 음악소리가 들렸다. 10시15분 직전에는 각 홀에서 샷건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갤러리들이 함께 외치기도 했다. 출발지가 정해져있는 일반 대회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날 동행한 20년차 경력의 싱가포르 골프플러스 자프 사리 기자는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몰라도 PGA 투어보다 LIV가 소프트하기는 하다”고 했다.

LIV는 직전 열린 호주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했다. 보도자료 통해 사흘간 7만7000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생중계로 접한 최종라운드 풍경은 대단했다. 갤러리들에게 가려 챔피언조 선수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싱가포르에서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호주 대회와 비교하면 갤러리 숫자가 확연히 적게 느껴졌다. 현재 싱가포르는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습도도 높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설상가상으로 1라운드 후반에는 벼락주의보가 내려져 경기가 중단되는 악재도 있었다. LIV의 싱가포르 데뷔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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