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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승인한 정자동 호텔 시행사…수상한 '외국인투자'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 특혜가 제기된 ‘정자동 호텔’의 시행업체가 임직원 가족 명의를 동원해 외국인투자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측은 이 같은 방법으로 성남시에 납부하는 토지 임대료를 낮췄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가 이를 인지했는지를 포함해 조만간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2019년 10월 8일 성남시 정자동 H호텔 기공식이 열렸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오른쪽 네 번째)와 황모(왼쪽 두 번째) 베지츠종합개발 소유주가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청

2019년 10월 8일 성남시 정자동 H호텔 기공식이 열렸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오른쪽 네 번째)와 황모(왼쪽 두 번째) 베지츠종합개발 소유주가 참석했다. 사진 경기도청

'외국인투자'로 연간 임대료 1.5% 혜택…알고보니 임직원 가족

성남시 정자동 H호텔 시행사 베지츠종합개발(베지츠)은 2015년 8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했다. 캐나다 국적의 한국계 나모 씨가 베지츠에 투자한 4억4000만 원(지분 30.56%)이 근거였다. 현행법상 외국인 투자지분이 30% 이상이면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땅을 수의계약을 통해 임대할 수 있는데, 베지츠는 최소 액수로 기준선을 맞춘 것이다.

3개월 뒤, 성남시는 베지츠 측과 호텔 부지 8만여㎡(연면적)에 대한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임대료는 공시가격의 1.5%로 일반적인 공유재산 대부요율 5%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2015년 당시 시 조례에 ‘외국인투자기업은 임대료를 공시가격의 1% 이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어 1.5%로 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외국인 나씨는 베지츠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A씨와 부부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4년부터 1년 간 베지츠 등기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베지츠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나씨와 A씨가 부부라는 것을 회사 안에서도 다들 알고 있었다. 나씨는 ‘검은머리 외국인’인데, 외국인투자 혜택으로 임대료를 크게 깎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씨가 투자한 4억여원이 베지츠 지분 30%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남시가 베지츠에 수의계약으로 호텔 건설 허가를 내준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베지츠가 신고한 총 자본금은 18억원인 반면, 호텔 공사비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베지츠 측은 “성남시와 베지츠가 상호 협력해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유치한 민관 협력사업”이라며 “특급호텔 유치를 위해 외국인투자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지난 20일 성남시 공무원들을 불러 편법 외국인투자 의혹을 포함해 호텔 건설 과정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검찰은 베지츠 소유주 황모씨와 이재명 대표의 측근 정진상씨가 친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H호텔은 특혜 논란 탓에 개업이 지연됐다가 최근 ‘가(假)오픈’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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