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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되레 "명단 까라"…총선 앞 '돈봉투' 확산 벌벌 떠는 野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한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정체불명 돈 봉투 리스트가 여의도뿐만 아니라 지역에서까지 돌자, 총선을 1년여 앞둔 의원들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선우 의원은 지난 18일 돈 봉투 리스트 유포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허종식 의원도 지난 25일 보좌진에게 지시해 고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최종 리스트 버전이 돌던 날 고소를 진행했다”며 “단톡방과 인터넷 게시판에 도배돼 피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허 의원도 “정치인이니 웬만한 비판은 안고 가려고 하는데 너무 심하다”며 “생전 처음으로 고발해본다”고 전했다.

앞서 김용민·이수진(동작)·장경태 의원도 고발 절차를 밟았다.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발적 고백 운동을 하자고 제안한 신정훈 의원 역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각 지역 정가에서는 해당 명단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지역 여론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부는 “총선 경쟁상대가 악의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리스트에 오른 한 의원은 “출처가 불분명한 리스트를 갖고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세력이 있다”며 “여당은 여당대로 경쟁자를 죽이려 하고, 당 내부 경쟁자마저 이를 퍼다 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10명이라고 해놓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외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건 검찰의 정치적 플레이”라는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명단에 거론된 다른 의원은 “리스트를 정확히 공개하면 수십 명이 애먼 오해를 받을 일이 없는데, 검찰이 이를 숨기면서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만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압수수색 하면서 준 사유서의 내용이 있는데, 그 내용이 사실관계가 좀 다른 면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인들의 소명에도 리스트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의원 10명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혐의를 기재한 데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말한 음성 녹취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27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돈 봉투 사건은 당이 썩었다는 증거다. (봉투를 받은 의원은) 검찰 수사 후 밝혀지면 출당, 그 전에는 탈당해주면 좋겠다”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당내 여론도 좋지 않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의 여론조사(24~25일)에서도 ‘돈 봉투 살포 의혹에 현역 의원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거나 출당, 제명돼야 한다’고 응답한 이가 74.7%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공식적 차원의 대응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도 진상을 조사해 조치하고 싶은데 실제로 조사 권한이 없고 상황이 되지 못한다”며 “그 점을 이해해주고,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도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며 “자체조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뉴스1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뉴스1

다만 국민의힘에서 거센 공세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이에 맞대응 격으로 사법 의혹에 연루된 여권 인사를 거론하며 이른바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 후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탈당과 출당을 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 가고 있냐”고 답했다. 25일 ‘송영길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 갑니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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