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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충청] 김영환 충북지사 "7개 시·도와 함께 ‘중부내륙특별법’ 제정에 온 힘 쏟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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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충청북도의 미래 ‘상식을 뒤엎는 혁신’ 강조하는 김영환 지사에게 듣는다 


757개 호수, 백두대간 관광 자원화
‘레이크파크’ 등 3대 전략사업 수립
도정 슬로건 ‘중심에 서다’로 정해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충북 등 8개 내륙 지역을 돕는 ‘중부내륙지원 특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충북 등 8개 내륙 지역을 돕는 ‘중부내륙지원 특별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쑥으로 만든 못난이 인절미.’ 어쩌면 충북에서 이런 떡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산과 들판에서 공짜로 얻은 쑥을 넣어 인절미나 찹쌀떡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쑥을 따온 주민에겐 생산적 복지 개념으로 수당을 준다. 생산 단가가 확 줄어 반값 판매도 가능하다.

김영환(68) 충북지사는 지난 25일 충북도청 여는마당(공용회의실)에서 만나 아직 설익은 ‘반값 쑥떡’ 사업을 소개했다. 쑥떡 시험 생산도 했다. 김 지사는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출근한 지난 24일 직접 채취한 쑥으로 떡을 만들어 도청 직원들과 맛봤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문제죠. 그래서 가끔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못난이 김치로 크게 ‘사고’를 쳤다. 상품성이 다소 떨어져 산지에 방치된 배추를 가져다 시세보다 20~30% 싼 김치를 만들어 못난이 상표를 붙여 팔았다. 출시 직후 10t이 완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 지사는 “경제성이 없어서 버려지는 배추나 과일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개혁이고 혁신”이라며 “버려진 도청 공간을 재활용하고, 오송 철로 밑 부지를 문화시설로 꾸미는 일, 50년 된 지하 벙커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사업 등이 새 숨결을 불어넣는 못난이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바다는 없지만, 내륙 물길 활용” 역발상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상식을 뒤엎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 공약으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내세웠다. 이 사업은 “충북에 바다는 없지만, 내륙 물길을 활용하겠다”는 역발상에서 나왔다. 대청호와 충주호, 괴산호 등 충북에 산재한 757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백두대간을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이다.

김 지사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충북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을 보존하고 그 위에 문화예술을 덮는 프로젝트”라며 “충북은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심에 있어서 문화·관광·산업·교통·물류·환경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췄음에도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혔다. 김 지사는 지난달 호수 중심의 ‘레이크파크’, 산림 자원을 활용하는 ‘마운틴 파크’, 폐자원과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는 ‘시티파크’ 등 3대 전략사업을 정했다. 351개 세부과제에 지방정부 예산과 민간자본 등을 더해 9조2482억원 규모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 명소화와 미호강맑은물 사업, 트리하우스, 동서트레일 조성 등을 추진한다. 김 지사는 “충북의 호수와 백두대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레이크파크를 통해 충북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게 궁극적인 목표”고 강조했다.

도정 슬로건은 ‘중심에 서다’로 정했다. 도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 문구는 “중(中)과 심(心)이 합쳐져 충(忠)북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 김 지사는 “‘중심에 서다’라는 슬로건은 레이크파크와 더불어 충북 미래를 관통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다가 없는 자조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자존으로, 결핍을 자긍심으로 바꿀 수 있는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했다.

요즘 화두는 충북 권리 찾기다. 산맥에 막혀 1970년대 이후 굵직한 국가개발 축에서 소외되고, 주변 지역에 호수자원을 제공하면서도 충북이 걸맞은 대우는 못 받았다는 게 김 지사 생각이다. 김 지사는 “길이 안 나니까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산업이 침체하면서 인구가 소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내륙 지역을 돕는 모법(母法) 마련에 관심이 옮겨졌다. 충북도는 충북처럼 바다를 맞대지 않아 관련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기, 강원, 충남, 대전, 세종, 경북, 전북 등 7개 시·도 내륙 자치단체와 함께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 중이다.

정부가 중부내륙지역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환경규제도 합리적 수준에서 풀어주는 게 법안 요지다. 지난해 12월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대표 발의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되면 예산 받아올 수 있어”  

김 지사는 “충북은 수도권과 충청권 주민 식수와 산업·농업용수를 공급했던 충주댐과 대청댐, 백두대간 보호지역,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과도한 규제와 희생만 강요받아왔다”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그 법을 지렛대 삼아 규제도 풀고, 예산을 받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호수권 규제 난맥상을 얘기할 때마다 청남대를 자주 거론한다. 지난 2월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 라면 한 그릇 먹게 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대청호에 있는 청남대는 개방 20주년이 됐지만, 상수원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오·폐수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취사나 야영이 금지돼 있고, 숙박 시설과 음식점을 영업할 수 없다. 건물도 함부로 고치거나 새로 지을 수 없다. 김 지사는 “대청호 무인도에 어린이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어 문의면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고 싶다”면서도 “섬을 가려면 구름다리를 놔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지사는 중부내륙특별법을 놓고 “충북만을 위한 발전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거 연안을 중심으로 한 발전 축을 충북을 비롯한 내륙까지 확장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점잖은 사람으로 불렸던 충북 사람들이 ‘이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로 들썩이고 있다. 법안 제정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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