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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학과 1829명 증원…수도권대 817명, 23년 만에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부가 내년부터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대학 첨단학과 학부 정원을 1829명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주문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수도권 대학에서 817명, 지방 대학에서 1012명을 늘린다.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는 서울대는 30여년 만에 입학 정원이 늘어난다. 하지만 의대·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첨단학과 정원을 늘려도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분야 정원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첨단분야의 경우 수도권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0개 대학 19개 전공에서 817명이 늘어난다. 서울대 입학 정원은 1981년 졸업정원제 도입으로 3300여 명에서 65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뒤 1992년 한 차례 500여 명이 늘어난 걸 빼고는 꾸준히 감소해 3300여 명을 유지했는데, 이번 조치로 30여년 만에 정원이 늘게 됐다. 지방에선 경북·전남·충북대 등 12개 대학 31개 전공에서 1012명을 증원한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654명, AI 195명, 소프트웨어(SW)·통신 103명, 에너지 신소재 276명, 미래차·로봇·스마트 선박 339명, 바이오 262명이다.

수도권대에서 입학 정원이 순수하게 늘어난 것은 20여년 만이다. 대학별로 편입학 여석을 줄이거나 결손인원을 활용해 첨단학과 정원을 소폭 늘린 경우는 있었지만, 기존 정원은 유지해왔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2000년 이후 수도권 대학 총원은 11만7145명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폐과·융합 등 구조조정으로 8000여 명의 여유 정원이 생겼지만, 정부는 수도권대 쏠림 현상과 지방대 반발 등을 고려해 수도권대 신입생 증원을 규제해왔다.

이번에 수도권 대학도 정원을 늘린다는 소식에 지방대는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방대 반도체학과 신입생 충원율은 81.1%로 수도권(99.8%)에 비해 크게 낮다.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청운대 총장)은 “수도권 정원이 순증하면 지방 학생들이 결국 다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 결과로 보면 수도권은 신청 대비 14.2%, 지방은 77.4%가 증원됐다”며 “특히 지방대는 적격성과 요건을 갖췄다면 가급적 정원을 배정했다”고 했다.

정원을 늘려도 우수학생을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는 10명을 모집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6명을 뽑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 수도권의 한 공대 교수는 “서울의 주요 계약학과와 대기업에만 몰리고, 나머지 학교와 기업엔 사람이 없다”며 “첨단학과 수와 학생 정원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는 첨단학과를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 반도체학과 취업률(2021년 기준)은 수도권대가 85.3%였지만 지방대는 65.4%에 그쳤다.

한편 보건·의료분야는 보건복지부와 의료단체 합의에 따라 일반대 간호학과를 385명 늘렸다. 전문대까지 합하면 700명 늘어난다. 의대 정원은 현재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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