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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美의 수상한 무기 판매… 대만 방어 의도 맞을까?(上)

중앙일보

입력

최근 대만이 미국제 미사일 구매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이 대만 방어를 위해 미국제 ‘하푼(Harpoon)’ 지대함 미사일을 대량으로 판매했는데, 미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에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며 각국 언론들과 네티즌들이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는 ‘하푼 해안 방어 시스템(Harpoon Coastal Defense System)’이다. 총 100대의 발사차량과 400발의 하푼 블록(Block) II 미사일, 미사일 운용을 위한 작전 통제소와 연안 감시 레이더 등이 판매 목록에 포함됐다. 계약 규모는 11억 7000만 달러, 한화 약 1조 6000억 원 규모다.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Naval News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Naval News

미 국방부는 이번 미사일 판매 계약에 대해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한 장비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만은 “첨단 대함 미사일 도입을 통해 방어력을 강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은 미국의 무기 판매를 맹비난하며 미국의 이번 결정이 양안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미사일 판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계약이 미국의 강력한 대만 방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계약의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미국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다.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 :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 자료를 보면 이번 계약은 대외군사판매(FMS : Foreign Military Sales) 형태로 이루어진다. FMS는 정부 대 정부 거래의 일종으로 이번 계약에서는 미 국방부가 미사일 제작 업체인 보잉과 직접 계약해 물품을 받은 뒤 대만 정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의 총액은 11억 7000만 달러다. 여기에는 미사일 400발, 미사일 4발이 하나의 발사차량에 탑재된 발사 유닛 100대, 25대의 해안 방어 레이더와 예비 부품이 포함됐고, 모든 장비의 납품 완료는 2029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계약이다.

우선 가격에서 엄청난 폭리가 들어갔다. 이번 계약에 미사일 발사 차량과 해안 방어 레이더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들 장비가 포함된 가격이라고 해도 11억 7000만 달러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다. 대만이 해안 방어 레이더로 어떤 모델을 구매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푼은 기본적으로 미사일에 내장된 관성항법장치와 능동레이더 유도장치로 유도되는 미사일이기 때문에 고성능 레이더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2020년 미군 납품가 기준으로 하푼 블록 2 미사일은 1발에 14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1발에 292만 달러 수준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대만이 도입한 하푼 블록 2는 1발에 292만 달러, 한화 약 39억 원을 주고 살 만한 무기가 아니다. 1977년에 원형이 등장한 하푼은 그동안 수차례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최신 대함 미사일보다 사거리와 생존성이 떨어지는 낙후된 개념의 무기다. 스텔스 설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속도도 느려터졌다. 사거리도 최대 280km를 넘지 못해 300~500km 이상의 사거리를 구현하고 있는 최신 대함 미사일들보다 훨신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만에 판매된 하푼은 미군이 현재 도입 중인 최신형 스텔스 대함 미사일 NSM의 1.5배가 넘는 가격이 책정됐다.

2014년 실사격 훈련 중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급 순양함 USS 샤일로(Shiloh)에서 하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2014년 실사격 훈련 중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급 순양함 USS 샤일로(Shiloh)에서 하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FMS는 미국제 무기를 사려는 외국 정부의 편의를 위해 미 정부가 일종의 ‘구매대행’을 해주는 거래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외국 정부에게 대금을 받고 미국 업체에서 무기를 대신 구매한 뒤, 구매 국가에 무기와 부품 및 운용 교육 등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미국 정부가 방산업체에서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체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FMS 거래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전체 거래가의 3.1%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외 국가들은 미국제 무기를 살 때 FMS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대만의 하푼 구매 계약에서는 FMS 구매인데도 불구하고 정상 가격의 2배가 넘는 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납기도 대단히 느리다. 2023년 4월 7일 계약이 체결된 이번 거래의 납기 완료는 2029년 3월 31일로 돼 있다. 고작 400발의 미사일과 그 미사일을 탑재하는 발사기 100대 만드는데 무려 7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미사일이 새로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주문량이 많아 대기 기간이 긴 것도 아니다. 이미 생산 라인이 갖춰져 있는 공장에서 미사일을 생산해 납품하는데 무려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단 소리다.

하푼 미사일은 원형이 1977년 등장했고, 이번에 대만이 구매하는 RGM-84L-4 블록 2 버전은 2001년에 등장한 구형이다. 이 미사일의 과거 납품 사례를 보면 2011년 미 해군과 해외 6개국에 총 60발의 하푼 블록 2를 납품하는 계약이 체결됐었는데, 이 계약은 2011년 7월 체결돼 2011년 8월부터 납품이 시작됐고, 2012년 6월에 모든 납품이 종료됐었다. 최근 LRASM과 NSM 등 신형 미사일의 등장으로 하푼의 발주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6년이라는 납기는 해당 미사일의 대만 공급을 늦추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적 개입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푼 대함미사일. 미 해군

하푼 대함미사일. 미 해군

사실 대만은 하푼 블록 2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푼은 대단히 낙후된 무기이고, 현대화된 방공 시스템을 갖춘 군함에는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다. 등장 당시 하푼은 해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는 시-스키밍(Sea-skimming) 능력을 갖춰 적의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무기로 인식됐지만, 레이더 기술이 크게 발달한 현재는 하푼이 위협적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특히 중국의 주요 수상 전투함들이 보유한 레이더는 15~50m 고도를 비행하는 하푼 정도는 어렵지 않게 탐지할 수 있고, 보유한 함대공 무장으로 원거리에서 손쉽게 요격해 버릴 수 있다. 대만이 해안에 100대의 하푼 발사대를 깔아놓고 동시에 400발의 하푼 미사일을 날리더라도 대만 해협 상공을 뒤덮은 중국 전투기들과 대만 해협에 떠 있는 중국 군함들이 일찌감치 탐지해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만은 하푼 발사차량과 거의 같은 크기의 트레일러에 하푼과 똑같이 4발이 탑재되는 자국산 ‘슝펑-III(雄風-III)’ 대함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2007년부터 양산된 이 미사일은 트레일러는 물론 요새화된 해안 방어 미사일 포대에서도 발사되는데, 2020년부터는 성능 개량형이 연간 70발꼴로 생산돼 대만군에 공급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하푼보다 훨씬 긴 400km 사거리를 자랑하며, 속도도 마하 3.5에 달하기 때문에 아음속인 하푼과 비교할 수 없는 생존성을 갖는다. 그런 미사일을 이미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대량 양산을 진행 중인 대만은 슝펑-III보다 훨씬 비싸면서 성능도 떨어지는 하푼을 대량 구매할 이유가 없다.

공개 전시 중인 ‘슝펑-III(雄風-III)’ 대함 미사일. Screengrab=BBC

공개 전시 중인 ‘슝펑-III(雄風-III)’ 대함 미사일. Screengrab=BBC

대만이 이번 하푼 도입 계약에 쓴 돈으로 슝펑-III를 구매한다면 대만은 중국 상륙함대가 대만해협 건너편의 군항에서 출항하기도 전에 중국 함대를 수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그럼에도 대만은 슝펑-III 대신 하푼을 선택했다. 이번 미사일 구매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압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한 점은 하푼 미사일 판매 계획이 발표될 때 즈음 함께 나온 미군 교관단 파견 소식이다. 미국은 현역 교관 100여 명을 대만에 파견해 대만 육군 신병훈련센터와 예비군 여단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교관단은 미국과 대만이 공동 개발했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의 교육훈련법을 대만군 장병에게 전수함으로써 의무복무 기간이 1년에 불과한 대만의 비숙련 장병들을 정예화시킬 예정인데, 문제는 이들이 전수한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의 내용이다.

미군이 대만에 전수한다는 실전적 전투 방식은 다름 아닌 ‘게릴라전’이다. 중국군이 상륙해 대만 곳곳으로 진격하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도시와 산악지역에서 중국군을 상대로 유격전을 벌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만에 ‘우크라이나식’ 방어전술을 강요하고 있다. 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군 보병들이 유격전을 펴 효과적인 저지 능력을 보여주었으니 대만 역시 유격전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존의 대만 방어 전략을 완전히 엎어버렸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수립된 대만 방어 전략은 고성능 무기체계를 이용해 유사시 중국 내륙의 전략 시설들을 타격하고, 중국의 상륙함대와 항공기 대군을 대만해협에서 저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군의 다양한 첨단 무기 구매 사업을 지원하고 각종 군사과학기술도 제공했다.

Mk.41 수직발사기. seaforces

Mk.41 수직발사기. seaforces

우선 대만 해군의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은 대만에 Mk.41 수직발사기 기술을 대만에 판매하고 대만이 이를 복제한 국산 수직발사기를 제작하도록 도왔다. 대만이 자국산 방공 구축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레이더 기술과 전투체계 설계 기술, 전술정보전송 데이터링크 시스템도 공급했다. 대만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지룽(基隆)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차세대 방공 구축함 개발을 추진했다.

이 계획이 현실화했다면 대만은 유사시 중국 본토에서 밀려오는 중국군 항공기들을 원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강력한 방공 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주요 기술 이전과 군사자문이 모두 끊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가 폭등했고 예산 문제 때문에 결국 대만군은 중·대형 전투함을 포기하고 소형 미사일 고속정 위주의 함대를 건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기 공급 일정도 늦췄다. 지난 2019년 108대 공급 계약이 체결된 M1A2T 전차는 미 육군의 주력 M1A2 전차와 동일한 모델로 선전됐지만, 실제로는 포탄과 장갑재를 수출용 염가 버전으로 교체한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다. 전차 고작 108대를 납품하는데 미국이 제시한 일정은 무려 7년이다. 심지어 2022년에 초도 차량이 출고되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교육훈련을 이유로 미국에 잡혀 있는 상태이고 대만 현지 인도는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2021년 M1A2 전차 250대를 발주한 폴란드가 이듬해인 2022년에 초도분을 인수했고 미군 사양과 마찬가지로 열화우라늄탄까지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납기 일정이다.

전투기 공급 일정 역시 다른 나라보다 유독 늘어지고 있다. 대만은 2019년 기존 보유한 142대의 F-16을 F-16V 사양으로 개량하고, 신규 제작한 F-16V 66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대만군의 신규 제작 F-16V 기체 인도 일정은 아무리 빨라도 2024년에 시작돼 2027년 이후에 끝날 예정이다. 초도기 납품에 5년, 납기 완료에 8년이 걸리는 셈이다. 2018년 계약한 바레인이 2024년까지, 2022년에 계약한 요르단과 불가리아가 각각 2027년과 2025년까지 전량 인수 완료인 것과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긴 납기 일정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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