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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3수’ 끝에 복수의결권 법사위 통과…오래 걸린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법안이 발의된 지 3년만이다. 다만, 진보진영 시민단체와 스타트업계 일각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탓에, 찬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슨일이야

국회 법사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내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한 '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벤처기업법)'을 의결했다. 2021년 1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통과한지 약 1년 4개월만이다.

법안은 조정훈 의원(시대전환)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두 차례 법사위에 계류됐었다. 지난달 27일 전체회의 당시 조정훈 의원은 “한국적 상황에서 상장사나 재벌 비상장 회사의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면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결권이란

복수의결권이란 1주당 1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한 주식을 발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이라고도 불린다. 창업자가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복수의결권 주식이 있으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해외에서 시행 중이고, 2004년 구글을 비롯해 메타(페이스북) 등 과거 빅테크 기업이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적 있다.

법안 내용은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영자의 지분율이 30% 미만이 되면,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정관을 변경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존속 기간은 최대 10년이며, 1주당 최대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하거나 양도하면 주당 의결권 1표만 갖는 보통주로 바뀐다. 또한 기업이 상장하면 3년 내에, 대기업으로 편입되면 그 즉시 보통주로 변환된다. 상장기업과 대기업 세습에 법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포함된 조항이다.

현장 반응은

벤처·스타트업 단체는 이날 법안의 법사위 통과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그간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복수의결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3년여 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해온 복수의결권 법안이 이제라도 법사위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법안이 위축된 투자에 활기를 불어 넣어, 스타트업이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처·스타트업계 일각에선 법안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무능한 창업자의 교체를 어렵게 만들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해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복수의결권 법안을 두고 “이사회와 주주, 대표이사 간 힘의 균형이 아직 안 잡힌 국내에 제도만 들여오면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추진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추진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진영 중심의 시민단체는 향후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복수의결권 허용으로 이어져 ‘편법승계’에 악용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법안은 상장사나 대기업에 대해선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배진교·류호정 의원(이상 정의당), 조정훈 의원(시대전환)과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결권이 “재벌⋅대기업 특혜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비판했다.

앞으로는

여야 다수 의원들은 복수의결권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라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문재인 정권 당시 중기부 장관을 지내며 복수의결권 법안의 정부 발의를 주도했었다.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안에 여야가 대체로 공감해서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뚜렷한 만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법사위 내에서도 통과 직전까지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 의견이 뚜렷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법상 한 주당 한 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원칙에도 위배되고, 소액주주 보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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