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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中인사에 미국인 "역겹다"…中비밀조직 '912그룹' 공작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머무르고 있는 뉴욕의 한 호텔 앞에서 친 중국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머무르고 있는 뉴욕의 한 호텔 앞에서 친 중국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1년 9월, 필리핀에 사는 말론 핀도스라는 인물의 페이스북에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를 다룬 것으로, “(그는) 매일 허풍 떨고 속임수를 쓴다”는 자막도 함께 달려 있었다.

이 게시물에 곧바로 레이시 서튼이란 인물이 “그는 정말 역겹다”는 중국어 댓글을 달았다. “응. 그는 정말 거짓말쟁이야”(샬럿 그레이), “왜 그는 감옥에 안 가지? (미국) 정부는 뭐하는 거야”(줄리 토레스)와 같은 미국 거주자의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연방 검찰에 따르면, 위의 모든 글은 중국 공안부 소속 요원들이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통해 작성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중국 정부가 공안 요원을 동원해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를 온라인상에서 조직적으로 위협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공안 요원들은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코로나19 중국 기원론을 주장하거나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세력을 타깃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한편,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외국에 있는 중국의 적’ 집중 공격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연방 검찰은 중국 정부가 만든 ‘912 특별 프로젝트 워킹그룹(912그룹)’에서 활동한 공안부 소속 요원 34명을 지난 17일 궐석 기소했다. 이때 검찰이 제출한 89페이지 분량의 고소장과 관련자 진술서를 통해, 이 그룹의 실체가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912그룹 요원들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에 개설한 가짜 계정을 통해 이른바 ‘외국에 있는 중국의 적’을 향해 ‘국경을 초월한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공격 대상은 중국 출신으로 외국에 피난처를 찾은 뒤 중국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온 반(反)중국 인사들이다.

미 연방검찰은 912그룹의 공격 대상에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와 지난 2020년 중국에서 탈출한 바이러스 학자 등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이름을 구체적인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학자는 옌리멍(閻麗夢)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옌 박사는 2020년 4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올 수 없다”며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4년 미국으로 도피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폭로해온 궈원구이(郭文貴)도 912그룹의 공격 대상이었다. 미 검찰의 고소장에 따르면 912그룹은 궈원구이의 SNS계정을 매일 감시했고, 한 요원은 궈원구이와 관련한 총 120개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요원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화상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중국에 사는 이들의 가족을 공격 표적으로 삼았다. 특정 인사의 부친을 가택 연금시키기도 했다.

中인권·남중국해·코로나 기원 비판에 발끈 

912그룹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방어하는 데도 적극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주장, '중국의 남중국해 확장 야심'을 비판, 천안문 사태를 포함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가차없이 온라인 공격을 가했다.

소셜미디어 리서치업체 그래피카의 잭 스터브스 정보 담당 부사장은 “912팀의 활동은 친중국 세력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하는 활동과 유사하다”며 “중국 공산당을 홍보하고 비판자들을 침묵시키려는 콘텐트로 정보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기와 컴퓨터 키보드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국기와 컴퓨터 키보드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912그룹 요원들은 '미국내 인권 사건'에 대해 글을 퍼뜨리고 부각시키는 활동도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2주기였던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의 법 집행 잔인성, 인종 차별 및 기타 사회적 문제를 폭로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이에 912그룹이 관리하는 계정에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시도로 보인다.

미 검찰은 912그룹의 활동이 베이징시 공안국 사무실에서 이뤄졌다고 특정했다. 사무실엔 24시간 계정 운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텔레비전과 침대, 수십 대의 노트북이 있었으며, “내가 중국을 위해 어떻게 싸웠는가”란 구호와 마오쩌둥(毛澤東)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中외교부 “미국의 조작”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12그룹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은 항상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해 왔다”며 “‘국경을 초월한 탄압’이란 꼬리표는 미국이 조작한 것으로 중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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