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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체포, 강남 살인 뒤에야…첫문턱 넘은 가상자산 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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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입법의 첫 문턱을 넘었다. 그간 관련 법안은 지난해 5월 불거진 테라‧루나 사태 이후에도 국회에서 좀처럼 논의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도 관련 법률 미비로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운 ‘규제 공백’이 이어졌다.

도피 중이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도피 중이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0년 6월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그간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했다.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지 약 22개월 만이다.

그간 개별 의원의 법안 발의는 쏟아졌지만, 정작 입법 움직임은 더뎠다. 우선순위에서 다른 법안에 밀려서다. 지난해 5월 50조원 규모의 피해를 낳은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금세 사드러들며 관련 논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3일 해외로 도피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데 이어, 같은 달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가상자산 투자 피해 관련 납치·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가상자산 규제 공백의 폐해가 재차 부각됐다. 그러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법안은 우선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등 그간 사용된 여러 표현은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의무를 부여했다.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 해킹·전산장애 등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등이다.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은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 처벌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거나 부당 이득의 3~5배에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향후 국회 정무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26일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실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6일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실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가 일상화한 만큼 법률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 거래량은 하루 평균 3조원이다. 이용자는 627만명에 이른다. 관련 시장이 부침을 겪으며 지난해 상반기(5조3000억원)대비 거래량이 43%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가상자산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이번 법안은 가상 자산을 제도권으로 들인 최초의 법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상자산 관련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둔 이번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향후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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