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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방치에 14개월 공항 노숙한 외국인...정부 상대 소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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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박해로 고국을 떠났지만 법무부의 난민 신청 거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1년 2개월 동안 노숙한 외국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4일 정부를 상대로 84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A씨는 자국에서 정치적 박해로 지인과 가족 십여 명이 살해당하자 2020년 2월 인천공항으로 도피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환승 티켓으로 입국해 난민 신청서를 쓸 자격이 없다며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비행기표의 목적지가 한국이 아닌 환승객은 입국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 앞 소파 위에서 약 14개월간 노숙을 했다. 노숙 생활을 하는 동안 탈장 증세 등 건강 악화를 보였던 그는 공익변호사와 시민 모금으로 음식과 생활비, 의료품을 지원받았다.

인천지법은 2021년 8월 법무부가 A씨의 난민 신청을 받지 않고 방치한 행위를 일종의 구금 행위로 판단했고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역시 “환승객에게도 난민 신청권이 있다”며 “법무부의 행동이 위법하다”고 봤다.

당시 법무부 측 소송대리인은 변론 중 “(환승객의 난민 신청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법무부의 실험으로 인해 사람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이 무시된 사건”이라며 “위법한 행정으로 한 사람이 장기간 고통받았음에도 어떤 보상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한편 법무부의 접수거부 행위가 ‘위법한 수용’이었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A씨는 2021년 4월 입국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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