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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역성장 면했지만, 한국경제 곳곳 암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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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1분기 한국경제가 힘겹게 플러스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엔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0.4%)을 기록했지만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살아나면서 한 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장의 엔진인 수출과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해 올해 연간으론 1%대 중반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3%다. 바닥 친 성장률을 가까스로 끌어올린 건 민간 소비였다. 지난해 4분기(-0.6%)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얼어붙었던 민간 소비는 올해 1분기(0.5%) 오락문화와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과 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 민간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나 감소해 성장률을 -0.4%포인트 갉아먹었다. IT(정보기술) 경기 부진에 금리 상승이 겹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건설투자도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0.2% 증가에 그쳤다.

1분기 수출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3.8% 증가했다. 2021년 1분기(4.1%)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반도체 등 IT 부문의 부진이 지속됐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1차 금속, 2차전지, 화학제품 등 수출이 늘거나 감소 폭이 완화된 영향이다. 수입도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증가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은 지난해 4분기(-0.5%포인트)보단 나아졌지만 1분기(-0.1%포인트)에도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역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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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연속 역성장은 피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IT 경기 회복 시점이 불분명한 데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66억 달러(약 35조4400억원)다.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 적자(477억8500만 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적자 폭의 56% 수준에 달했다.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3% 감소한 1839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4.0% 하락한 2105억 달러였다.

무협은 이 같은 수출 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 ‘반도체 착시’를 지목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반도체 수출액은 10.8% 늘어난 데 비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2.6%에 머물면서 품목별 체급 격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른 주요 수출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았다.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일본 승용차(11.6%), 이탈리아 소매의약품(5.2%) 등 각국 1위 수출 품목의 편중도보다 크게 높았다. 국내 주요 10대 수출 품목을 모두 합한 비중도 48.1%로, 다른 주요 수출국(22.5~33.2%)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다른 산업의 수출 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특정 품목이 아니라 조선·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다양한 품목이 고루 성장해 전체적인 수출 신장세가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1.6%)를 소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여전히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반등)’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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