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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교사 되겠다면, 말릴 거예요" 한숨 쌓이는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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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부모님이 제일 추천하던 직업이었는데, 이젠 내 아이가 커서 교사 된다고 하면 말릴 거예요.”

서울에서 근무하는 7년 차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평생 안정 직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불리던 교사라는 직업이 “이제 과거의 영광일 뿐”이라면서다. 그는 “교사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24일 ‘중장기(2024~2027년) 초·중등 교과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교육부는 24일 ‘중장기(2024~2027년) 초·중등 교과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뉴스1

초등 교사의 탄식을 들은 것은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3~2027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한 직후였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중등 각각 3561명·4898명인 신규 교사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최대 2600명·3500명 내외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2038년까지 초등 약 88만명(약 34%), 중등 약 86만 명(약 46%)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번 교원수급계획은 학령인구 감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동 추이를 분산해 반영했다”는 교육부의 설명에 교사들은 반발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령인구 감소가 원인이라지만, 교사 집단에 대한 인식이 좋다면 맞춤 교육을 강조하는 이 상황에서 무조건 줄이자는 대책이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철밥통·천덕꾸러기 직업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쓸쓸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용 형태나 연금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직업인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기에는 이 ‘안정성’을 뛰어넘는 부담 요인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했다.

합격률 48%로 뚝…합격해도 ‘임용 대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교원 신규채용 규모가 줄면서 ‘교대 입학=교사 임용’ 공식도 옛말이 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 초등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였다.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2014년부터 줄곧 50~60%대를 웃돌았다. 합격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43.5%) 이후 처음이다. 초등 교원 채용은 2013년 7365명에서 2018년 4089명으로, 2023년에는 3561명으로 꾸준히 줄어든 반면 같은 시기 교대 입학정원은 3848명에서 한명 줄어든 데 그쳤다. 교육부는 “교육대학 등과의 협의를 통해 양성 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용시험 합격자 적체 현상은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의 임용 대기자는 2081명으로 지난해보다 166명 늘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합격자 5명이 올해도 배치되지 못해 1년 이상 대기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교대 경쟁률 하락…교사 명예퇴직도 증가

낮은 연봉, 추락한 교권 등 교사를 둘러싼 환경은 악화일로다. 교육계에선 “유능한 인재들이 더는 교직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교대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올해 일부 교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평균 3등급 정도면 넉넉히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합격선이 낮아졌다. 지난 1월 수능에서 9등급을 받은 한 유튜버가 교대에 1차 합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2018년 5974명에서 2020명 8033명으로 약 34%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에는 7883명으로 줄어들었지만, 2022년 2월에만 6394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교대는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법대와 함께 문과 최상위권 학과로 여겨졌다. 한 40대 부장교사는 “우리 때만 해도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학생이 교사를 꿈꾸는 선순환 구조였다”며 “지금은 신규로 들어오는 후배들이 불쌍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교총은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교원이 29.9%에 그쳤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에는 52.4%였지만 지난해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학생 수 감소보다 미래교육이 우선”

24일 전국교육대학연합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24일 전국교육대학연합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교사의 수준이 공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교원 양성 및 수급 계획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총은 이날 “교원 수급은 학생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학생 수 감소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교육과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여야 한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7)씨는 “요즘은 국·영·수를 다 학원에서 배운다고 해도, 여전히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학업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맞춤 지도하고 돌봐주는 게 중요한 만큼,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생 수 감소에만 맞춰 교원을 줄이면 사교육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모순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며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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