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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고 8월께 바닥”…부채협상 난항에 국채금리 치솟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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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워싱턴DC의 한 버스 정류장 인근에 국가 부채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한 버스 정류장 인근에 국가 부채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의회에서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에 관한 합의가 늦어질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CDS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채의 부도 위험을 시장이 크게 본다는 의미다. 미국 5년 CDS 프리미엄은 51bp(bp=0.01%포인트)를 웃돌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1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06bp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CDS 프리미엄은 14bp,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도 16bp 수준이다. 앙투완 부베 ING 금리전략가는 “미국이 (CDS 시장에서) 그 어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디폴트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미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을 높여 본 이유는 미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합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부채는 이미 지난 1월에 법정 한도(31조4000억 달러)를 넘겼다. 디폴트를 피하려면 의회에서 한도를 올려야 하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을 조건으로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을 주장하는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 개혁 문제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제이 배리 JP모건 금리부문 공동대표는 “미국의 디폴트 발생에 대한 우려가 시작되는 것 같다”며 “부채 한도를 둘러싼 싸움이 꽤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재무부 금고가 고갈되는 시점인 이른바 ‘엑스 데이(X-day)’는 그간 대체로 7월에서 9월쯤으로 전망됐다. 이와 달리 골드만삭스는 저조한 세수를 근거로 미 정부의 ‘엑스 데이’를 6월로 앞당겨 잡았다. 미국의 4월 세수가 지난해보다 약 29% 줄어드는 등 나라 곳간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서다. 미 재무부가 공공분야 투자를 지연하거나 정부 보유 현금을 가용하는 등의 조치로 디폴트를 피하고 있지만, 오는 6월 미 의회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의 타결이 늦어질수록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초단기 국채 시장에는 디폴트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일 3개월물 국채 금리가 22년 만에 최고치인 5.318%를 찍었다. 국채 금리가 오른 건 그만큼 가격이 내렸다는 것인데, 3개월 뒤인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사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한도 협상은 경제 이슈지만, 공은 미 정치권에 있는 상황이어서 돌발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여야 협상이 막판까지 이뤄지지 않자 국가 부도 위험이 언급되고,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던 바 있다. 무디스는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미국에 대규모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봤다. 부채한도 협상이 미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통화 긴축이 제한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증시나 장기 채권 등 시장에는 디폴트 우려가 크게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디폴트 위기는 익숙한 악재이고, 의회의 갈등도 결국 막판에 해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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