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외식 한번 없었다, 일기장에 비친 노인의 70년

  • 카드 발행 일시2023.04.25

얼마 전 다녀온 곳은 고인의 조카가 의뢰한 현장이었다.

고인은 사후 한 달여간 방치되어 있었고, 악취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 발견되었다. 경찰이 고인의 가족을 수소문한 끝에 찾아낸 이가 조카였다. 그는 고인과 왕래를 하면서 지낸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그는 내게 고인이 일흔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자신이 고인에 대해 아는 전부라고 했다.

고인은 가족과의 소통조차 일절 없이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노인 여성의 집에는 대체로 살림살이가 많다. 고인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정리된 곳 없이 어수선했다. 그러나 고인이 살아생전 정리를 않고 살아간 흔적은 아니었다. 누군가 고인의 유품을 직접 찾아본 흔적이었다. 아무리 너저분하게 사는 사람이라도 젊은 날 찍은 오래된 사진들을 방바닥에 던져놓고 살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배달음식 용기와 택배 박스가 사방에 널린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도 소중한 물건들은 수납장에 보관한다. 아마도 조카가 고모의 소식을 듣고 이미 유품을 찾아간 듯했다. 그래도 혹시나 전달해야 하는 물건이 있을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인은 젊은 날부터 쉬지 않고 일한, 아주 성실한 사람인 듯했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이 수두룩했다. 아주 오래전에 취득한 조리사 자격증이 있었고, 최근까지 식당에서 일을 해왔다. 고인은 이런 사실을 모두 일기장에 적어두고 있었다. 칠순의 노인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계속 읽게 되었다.

고인은 젊은 날부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었고, 그저 혼자였다. 돈을 벌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만 생각했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그 덕에 아주 긴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아파트도 장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