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유자(有子)는 “예(禮)를 적용하고 시행할 때는 화목함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 그러나 화목함을 화목함으로만 알고 예로써 절제하지 못한다면 그런 화목은 시행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중국의 고대 경전인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는 “예(禮)는 서로 다른 점을 분간하게 하고, 악(樂)은 서로 같은 것을 화합하게 한다(禮辨異, 樂和同)”라는 말이 있다. 예와 악의 관계를 잘 밝힌 말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많은 사람이 함께 노래 부르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거리응원이 바로 ‘악(樂)’이 이룬 화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의 분별이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노래 부르며 어깨동무를 했고 끌어안기도 했다.
그랬다고 해서, 다음날 멀쩡한 정신에 직장 사장님과 어깨동무를 하고, 상사를 껴안았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어제의 응원마당에서 겪은 화목만 생각했을 뿐, 예로 절제하는 분별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미친 사람이 된 것이다.
군대는 전우애로 화합하기 위해 군가를 부르고(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자 경례(禮)를 한다. 화합이 아무리 좋은 덕목일지라도 예의 절제가 따르지 않는 화합은 실행할 바가 못 된다. ‘귀한’ 자식과 ‘놀아주는’ 부모님들도 항상 ‘예(禮)’ 가르치기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