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에 따른 전세 기피 현상으로 세입자를 제때 못 구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4/24/6650b55f-d5a2-4427-b173-86d14b47264a.jpg)
전세사기 피해에 따른 전세 기피 현상으로 세입자를 제때 못 구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사진은 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 전세가 역설적으로 사기 온상이 됐다. 특히 효과적인 주거 복지책으로 꼽혔던 전세자금 대출은 이번 전세 사기 사태에서 시장을 왜곡시키며 사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드러냈다. 전세 사기의 원인 및 정부 정책의 효과 및 해결 방안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전세는 서민에 유용한 제도 아니었나.
-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세입자는 전세를 통해 비교적 적은 돈을 쓰고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했다. 그래서 월세에서 자가 소유로 가는 중간의 디딤돌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기에 소규모의 돈을 들이고도 자가 소유가 가능했다. 자산 증식의 역할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그런데 왜 사기의 온상이 됐나.
- “전세는 ‘갭투자’라는 역풍을 낳았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에 육박한 경우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는 형태다. 갭투자는 전세 사기의 한 방식이 됐다. ‘빌라왕’ 사건의 경우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만으로 빌라를 매입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를 한 뒤 ‘바지 임대인’에게 명의를 넘기고 사라졌다. 집값 하락기에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거의 같아지는 ‘깡통주택’이 늘어난 것도 전세 사기 창궐의 한 원인이 됐다. 일부 전세 사기 세력들은 깡통 전세 사실을 숨기고 임차인 보증금을 통해 주택들을 대거 매입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전세대출이 사기에 악용됐다는 데.
- “사기 세력은 임차인에게 전세 대출 활용을 부추겼다.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 대출을 받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에 가능했다. 전세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체로 1%포인트가량 이자율이 낮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받지 않는다. DSR은 개인이 한해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정부가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쓰고 있는 도구인데, 전세 대출에는 예외로 둔 것이다. 전세대출은 전세보증금의 최대 90%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전세 대출을 금융 상품이 아닌 주거복지 정책으로 여기며 규제보다는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임차인에 돈을 빌려주지만 임대인의 갭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꼴이 돼 버렸다’(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 “정부는 우선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향후 특별법을 만들어 현재 거주하는 주택을 낙찰받기 원하는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관련 세금 감면 및 장기 저리 대출 등을 지원한다. 임대로 살기를 원하는 피해자에 대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해당 주택을 산 뒤 피해자에게 공공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다만 이런 제도를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완전한 보증금 회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정부에서 피해액을 보전해 줄 방법은 없나.
- “야당을 중심으로 공공이 일괄적으로 관련 채권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우선 보상해주자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정부가 피해 금액을 갚아주면 이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화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모든 개인 간 빚·거래 등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가 될 수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액 역시 국가에서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여서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