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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격화' 수단 교민 철수에 軍수송기 급파…美·英·佛도 구출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군벌 간 유혈 충돌이 격화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한국 교민들을 안전지대로 이송하기 위해 정부가 군 수송기와 특수임무대를 급파했다. 미국·영국·프랑스·네덜란드·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정부도 속속 자국민 대피 작전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오후 5시 20분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가 수단 인근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착륙했다. 현지에 도착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정비사·경호 요원·의무요원 등 50여 명은 우리 국민을 수송기에 탑승시켜 최종 목적지인 국내로 이송하는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21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수단 교민 철수작전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21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수단 교민 철수작전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도 최영한 재외동포영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을 별도 항공편으로 지부티에 파견했다. 현재 수단 체류 한국인 28명은 수도 하르툼의 대사관에서 안전하게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말리아 해역 호송 전대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에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하늘길이 여의치 않을 경우 '플랜 B'인 뱃길로 이송하기 위해서다.

21일 C-130J 수송기가 수단 교민철수 해외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뉴스1

21일 C-130J 수송기가 수단 교민철수 해외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륙하고 있다. 뉴스1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3일 미군은 침투 작전에 쓰이는 MH-47 치누크 헬기 3대 등 항공 수단을 동원해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약 70명을 대피시켰다. 치누크 헬기는 인근 지부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하르툼 시내 미 대사관에 착륙해 정부 인사들을 태운 뒤 에티오피아로 이동했다. 모든 헬기가 수단에 머문 시간이 한 시간이 채 안될 정도로 급박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이번 철수로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 업무는 잠정중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수단에서 미정부 요인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며 "성공적으로 그들을 안전히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날 '신속 대피 작전'을 통해 자국민 대피를 시작했으며 유럽과 동맹국 국민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단 정부군 측은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프랑스 국적자들의 차량이 공격을 받아 한 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국민을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전이 벌어진 수단에서 사우디 정부의 도움으로 철수한 이들이 22일 제다항에 도착해 사우디 왕실 해군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내전이 벌어진 수단에서 사우디 정부의 도움으로 철수한 이들이 22일 제다항에 도착해 사우디 왕실 해군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같은 날 “수단에서 대사관 직원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크게 고조되면서 대사관의 외교관들과 가족들을 복잡하고도 신속한 작전으로 철수 시켰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그는 “수단에 남아 있는 영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분쟁 당사자들에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자국 대사관이 수도 하르툼의 양쪽 군벌 본부 가까이에 위치해 까다로운 구출 작전이었다고 설명하면서“해병대를 포함해 1200명의 병력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전날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민 91명과 12개국(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튀니지·파키스탄·인도·불가리아·방글라데시·필리핀·캐나다·부르키나파소) 외국인 66명 등 총 157명을 사우디 항구도시 제다로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15일 유혈 충돌이 발발한 수단에서 외국인들이 대규모 대피한 첫 사례였다.

16일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에게 충성하는 수단 군인들이 자신들과 맞서고 있는 신속 지원군(RSF) 기지에서 총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르한 장군 측과 RSF 측은 16일에는 3시간, 18일과 19일에는 각각 24시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전투를 이어갔다. AFP=연합뉴스

16일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에게 충성하는 수단 군인들이 자신들과 맞서고 있는 신속 지원군(RSF) 기지에서 총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부르한 장군 측과 RSF 측은 16일에는 3시간, 18일과 19일에는 각각 24시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전투를 이어갔다. AFP=연합뉴스

사우디 측은 수단 현지에서 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제다로 가는 배편을 통해 철수 임무를 완수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뒤를 이어 요르단도 자국민 300명 철수를 시작했다"면서 "사우디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재 하르툼 국제공항이 폐쇄한 탓에 군용기를 지부티 등에 대기시키고 있는 일본·스페인 등도 이동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자국민을 철수할 방침이다. 요르단·튀르키예·이집트 역시 대피 작전에 착수했거나 자국민에게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수단 곳곳이 전쟁터로 변한 상황에서 육로를 통해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수단 정부군 수장인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 장군과 신속 지원군(RSF)을 지휘하는 군부 2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오른쪽)사령관. 양측 충돌로 수단에서 일주일 넘게 교전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단 정부군 수장인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 장군과 신속 지원군(RSF)을 지휘하는 군부 2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오른쪽)사령관. 양측 충돌로 수단에서 일주일 넘게 교전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충돌은 수단 정부군의 ‘1인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2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부딪치며 일어났다.

지난 2019년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를 끝낸 양측은 민정 이양 협상을 놓고 삐걱대기 시작했다. 특히 RSF의 정부군 편입 일정과 두 조직의 통합 후 지휘권 문제로 이어진 갈등이 이번 유혈 충돌의 불씨가 됐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21~23일) 기간 휴전을 촉구해 양측 합의를 이끌었지만 교전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420여명이 사망하고 3700여명이 다쳤다. 하르툼 등의 주민들은 단전·단수·식량부족 등으로 고통받다가 피난을 떠났다. 현재까지 1만~2만 명의 수단인들이 인접국 차드로 넘어왔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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