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까지 1700원으로 올렸다...설탕값 30% '달콤살벌한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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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 내 마트에 진열한 과자.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전통시장 내 마트에 진열한 과자. 연합뉴스

설탕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가공식품 발(發) ‘슈거플레이션(슈거+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과자·아이스크림부터 빵·음료까지, 달콤한 맛을 내는 데는 빠짐없이 설탕이 들어가서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백설탕 선물 가격은 t당 676.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t당 702달러를 기록한 뒤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설탕 가격이 700달러를 넘어선 건 2011년 11월 이후 12년 만이다. 넉 달 새 30% 폭등했다.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원당(비정제 설탕) 가격도 22일 파운드당 24.92센트를 기록했다.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다. 지난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3월 설탕 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가격=100)는 127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곡물과 유제품 등 가격이 모두 하락했는데, 설탕 가격만 2개월째 오름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설탕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건 공급이 부족해서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과 폭우로 설탕 생산량이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를 에탄올 생산으로 돌리는 경우도 늘었다. 최대 생산국인 인도는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설탕 수출 제한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특정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 영향으로 설탕 수확이 줄었다. 공급이 달리는데 중국의 리오프닝(방역 완화) 영향으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유럽의 식료품 가게에선 이미 설탕값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설탕 가격이 당분간 식품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명 ‘슈거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탕은 밀가루 등 곡물과 함께 식품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다. 특히 빵·과자·아이스크림·음료 같은 가공식품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의 원재료비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라며 “원부자재는 물론 가공비·인건비·물류비 상승에다 설탕값 폭등까지 겹쳐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공식품 물가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4.2% 올랐지만, 가공식품은 9.1% 상승했다. 특히 빵(10.8%)·과자(11.2%)가 두 자릿수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초콜릿·콜라와 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일제히 100~200원 오른 영향이다. 앞서 2015~2016년 설탕값이 올랐을 때도 가격이 올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물가 다잡기에 나섰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식품업계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설탕의 주 용도가 식품첨가제인 만큼 다른 주요 농산물 가격 상승 부담보다 식품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며 “정부가 연초부터 가격 인상 자체를 요청해 일단 물가 상승을 억눌렀지만, 가공식품 물가가 언제 튈지 몰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식품 업체 대부분이 설탕 장기 수급 계약을 맺고 있어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설탕 가격 폭등의 충격을 흡수하려면 재고를 늘리고 수입국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한정된 생산국과 기후 변화 영향 때문에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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