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유혹하는 '죽음의 잠'…이럴 때 권하는 샐린저 책

  • 카드 발행 일시2023.04.24

💊진짜 잠을 위하여-J D 샐린저 ‘에스메를 위하여’와 프로포폴

에스메여 아는가? 정말로 졸리는 잠이 찾아올 때 그 사람은 또다시 심신(心身) 공히 온전한 사람이 될 희망이 있다는 것을.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작가 J D 샐린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에서 주인공인 ‘나’ 혹은 ‘X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해병대 하사인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하루 앞두고 마을을 걷던 중 에스메라는 소녀와 잠시 마주칩니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무신경함(본국에 있는 아내는 그에게 어느 가게 주인이 불친절하다고 투덜대는 편지를 보내고, 장모는 안 바쁠 때 영국산 캐시미어 털실을 좀 사서 보내라고 부탁하니까요)과는 대조적으로 에스메와 그녀의 동생 찰스는 인간적이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비록 40분 정도의 짧은 대화를 나누지만 헤어질 땐 진심을 다해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전쟁에서 심신(心身) 공히 무사하게 돌아오시길 기원합니다”라고요.

짐작하겠지만 X하사는 이후의 상륙작전과 계속되는 전투에서 몸과 마음을 완전히 다치고 말지요. 전쟁에서 돌아온 후 손을 덜덜 떨고 얼굴 근육은 제멋대로 실룩이며 좋아하던 책도 세 줄 이상 이어서 읽질 못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 있지요. 그때 여기저길 돌고 돌아 당도한 소포와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 안에는 그가 전쟁에서 무사하길 기원하며 에스메가 보낸 손목시계가 들어 있습니다. 유리는 깨졌고 시침도 움직이지 않지만, ‘나’는 물끄러미 그것을 손에 들고 바라봅니다. 동시에 “거의 황홀할 정도로 졸음이 찾아오는 것”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리죠.

“에스메여, 아는가? 정말로 졸리는 잠이 찾아올 때 그 사람은 또다시 심신(心身) 공히 온전한 사람이 될 희망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