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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컷칼럼

“네” 대신 따박따박 대꾸…한동훈 반문이 왜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이상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탄희 의원 : “장관님, 다음 총선에 출마 예정인 현직 검사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한동훈 장관 :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그건 좀 이상한 질문 아닌가요?”
▶이 : “알고 계시면 좀 이상할 뻔했습니다. 사법 기관과 준사법 기관인 판검사들에 대해서는 본인이 맡고 있었던 재판이나 수사의 공정성, 그 외관을 보호하기 위해 출마 전까지 좀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 이런 지적들이 좀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한 : “의원님께서도 판사 하시다가 출마하셨으니까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이상한 질문에 무슨 뜻이냐 묻는데
오만과 태도 불량 프레임으로 몰아
국회는 사안 본질 놓고 논쟁하는 곳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답을 알면 이상한 것이라고 질문자 스스로 말했듯 장관이 개별 검사의 출마 계획을 알 턱이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왜 한 것일까? 다음 물음은 판검사는 출마 전까지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보통의 장관 같으면 “네, 알고 있습니다” 정도로 답할 일인데 한 장관은 “의원님께서도 판사 하시다가”로 응수했다. 이 의원의 질의는 야당 의원이 발의한 판검사 퇴직 후 1년 내 출마 금지 법안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판사 사직 11개월 뒤 민주당에 입당했고, 그로부터 석 달 뒤 국회의원이 됐다. 이 대화에서 이 의원과 한 장관 중 누가 더 상식적인가?

▶고민정 의원 : “그런데 11월에 그 독직폭행 정진웅 검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군요. 여기에 대해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십니까?”
▶한 장관 : “제가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당연히 존중은 합니다.”
▶고 : “대법원 판결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한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고 : “질문 그대로를 드린 겁니다.”
▶한 : “대법원 판결이 중요한 건가요, 이렇게 질문하신 것 맞습니까?”
▶고 : “들어가십시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꼭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정진웅 검사 무죄를 인정할 수 있었느냐고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대한 ‘말이 되게’ 추론하면 그렇다. 그런데 대뜸 대법원 판결이 중요하냐고 묻는다. 무슨 뜻이냐고 되묻지 않기가 어렵다.

 한 장관 ‘반문(反文이 아니라 反問)’이 논란의 소재가 됐다. 그가 맘에 들지 않는 쪽에서 집요하게 태도 불량으로 몰고 간다. ‘편의점에 간 안농운’이라는 만화도 나왔다. 제목은 안농운인데 손님 얼굴은 한 장관과 똑같다. 편의점 직원이 “결제 뭘로 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안농운이 “제가 물건을 사려고 한다는 건 어떻게 아시죠?”라고 반문한다. 한 장관이 밉고 불편한 사람들이 그림을 열심히 퍼날랐다. ‘까칠하고 오만한 한동훈’ 프레임에 기여했다.

 그가 독특하긴 하다. 막무가내 호통과 훈계에 “검토하겠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로 고분고분 답변하는 장관들과 다르다. 이모씨를 이모(어머니 자매)로, 호주를 오스트리아로 개떡처럼 말해도 꿀떡으로 알아들어야 하는데, 따박따박 대꾸하며 질문자를 무안하게 한다.

 의원들과의 언쟁을 피하라고 한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 한동훈’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회는 토론하고 논쟁하는 곳이다. 여야가 각자 떠들고 국무위원은 “네, 네”만 하는 민주주의 장식품이 아니다. 정책과 제도의 본질을 놓고 다투어야 하는 곳이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류호정(정의당) 의원이 한 장관에게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동의가 있었다는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니라 해당 피고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로 시작하는 긴 답변을 했다. 이후 류 의원과 한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놓고 진지한 공방을 벌였다. 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다뤘다. 이상한 질문이 없었고, 반문도 없었다.

글=이상언 논설위원  그림=김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