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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마음도 '뻥'…세계 놀란 '모세의 기적' 1시간 바닷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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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6시쯤 전남 진도군 고군면. 양식장 부표가 떠 있던 바다 한복판에 황토색 길이 나타나자 관광객들이 술렁거렸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관광객 중 일부는 붉은색 장화를 신고 아직 바닷물이 남아있는 바닷길로 들어가 해산물을 잡기도 했다.

이날 진도 앞바다에서는 관광객 1000여명이 직접 바닷길을 걷는 체험을 했다. 올해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 본섬 쪽보다 맞은편 섬인 모도 쪽 바닷길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광객 김형선(61·여·부산시)씨는 “출렁이던 바다 한가운데 길이 나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망망대해 속 바닷길을 걸어보니 코로나로 막혀있던 마음까지 뚫리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후 4년만…대규모 바닷길 축제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됐던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4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지난 20일과 21일 오후에 이어 22일 오후 6시50분 등 세 차례 바닷길이 열린다.

신비의 바닷길은 진도 본섬인 고군면 회동과 의신면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생기는 현상이다. 바다 가운데 폭 30~40m 규모로 2.8㎞가량 길이 드러나는 광경이 장관을 이룬다. 바닷길이 열리는 동안 육지에서는 가수들의 공연과 민속놀이 등이 열려 분위기를 띄운다.

육지~섬 연결…1시간 동안 ‘바닷길’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일원에서 열린 ‘신비의 바닷길축제’ 모습. 관광객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고 있다. [사진 진도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일원에서 열린 ‘신비의 바닷길축제’ 모습. 관광객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고 있다. [사진 진도군]

관광객들은 이날 1시간여 동안 바닷길을 걷는 체험을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바닷길이 열리는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은 밝았다.

바닷길 체험을 마친 관광객들은 올해 처음 도입된 대형 미디어아트를 감상했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모습을 형형색색의 디지털 영상을 통해 표현한 콘텐트다. 미디어 신비의 바닷길은 축제가 열리는 동안 매일 오후 7시 진도 앞바다 200여m 구간을 따라 펼쳐진다.

조수간만의 차…바닷속 모래언덕 나타나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바다 한가운데 길이 생기는 현상은 해당 구간의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낮아지는 썰물 때 바다 아래 모래언덕이 발달한 곳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원리다.

회동과 모도 앞바다는 1월에 5회, 2월에 3회 등 연간 30차례에 걸쳐 바다 일부분이 드러난다. 이중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큰 음력 3~5월 영등사리때 열리는 행사가 ‘신비의 바닷길축제’다.

외국인 비중 10%…“글로벌 축제”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다 사이로 드러난 길을 오가며 횃불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지난 21일 저녁 진도 ‘신비의 바닷길’ 체험을 마친 관광객들이 올해 첫 도입된 대형 미디어아트를 감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저녁 진도 ‘신비의 바닷길’ 체험을 마친 관광객들이 올해 첫 도입된 대형 미디어아트를 감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바닷길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행사로도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 10년간 축제장을 찾은 500여만명 중 56만여명(11.2%)이 외국인이다. 진도는 경기도 화성시(제부도)와 충남 보령시(무창포) 등 바다 갈림 현상이 나타나는 전국 20곳 중 바닷길의 규모가 가장 크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매년 진도 바닷길이 열릴 때면 전 세계에서 취재진과 관광객 몰렸으나 코로나19 후 4년간 축제가 중단됐었다”며 “세계인들이 소망을 비는 바닷길 체험과 진도 고유의 민속문화가 어우러진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사 랑디 “현대판 모세의 기적”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은 프랑스인이다. 1971년부터 5년간 주한 프랑스 대사를 지낸 피에르 랑디(Pierre Landy)가 한국 토종개인 진돗개를 보기 위해 진도를 찾았다가 이를 목격했다.

그는 귀국 후 프랑스 신문에 “나는 한국에서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봤다”고 표현해 신비의 바닷길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78년엔 일본 NHK가 ‘세계 10대 기적’ 중 하나로 진도 바닷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뽕할머니 전설’이 영등제와 맞물린 축제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의 바다에 길이 형성되는 모습. 이곳에서는 매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바닷길축제는 본래 진도 사람들이 한 해의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던 영등제(靈登祭)에서 비롯됐다. 바람의 신인 영등신에게 지내던 제사에 ‘뽕할머니 전설’이 맞물리면서 축제 형태로 발전했다. 뽕할머니는 먼 옛날 회동과 묘도 사이의 ‘바닷길을 열어 달라’고 용왕께 기원했던 전설 속 인물이다.

전설 속 뽕할머니는 자신이 살던 회동 앞섬인 모도로 가고 싶어 몇 날 며칠을 빌었다. 회동에 출몰하던 호랑이들을 피해 먼저 모도로 떠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의 정성에 감동한 용왕은 회동과 모도 사이에 바닷길을 내줌으로써 가족과 상봉하게 해준다.

진도아리랑, 씻김굿…전통 민속공연 압권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회동과 모도에서 각각 출발한 띠를 섬 중간에서 잇는 ‘뽕할머니 소망띠 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회동과 모도에서 각각 출발한 띠를 섬 중간에서 잇는 ‘뽕할머니 소망띠 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 진도군]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1일 오후 ‘신비의 바닷길축제’가 열린 전남 진도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국가명승 제9호인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서는 축제 기간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진도 아리랑과 진도 씻김굿, 남도잡가 등 전통 민속문화 공연이 특히 압권이다. 진도 출신 가수 송가인의 공연을 비롯해 진돗개 경주, 진도북놀이 퍼레이드, 모도 음악회 등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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