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골목상권 침해에 기술 탈취 논란까지…구설수 단골된 카카오VX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카오 손자회사인 스크린골프·골프예약 업체 카카오VX가 경쟁사인 중소기업의 시스템을 해킹해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카오의 또 다른 계열사 카카오헬스케어도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받는 상황. 의리 경영과 문어발 확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기술 탈취 의혹까지, ‘카카오 4중 논란’ 교집합에 카카오VX가 놓였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와 골프장 예약 등 서비스에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VX]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와 골프장 예약 등 서비스에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VX]

무슨 일이야

골프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중소기업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를 지난 10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카카오VX가 2021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총 801회에 걸쳐 스마트스코어 내부시스템에 침입을 시도했고, 577회 침입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4개의 IP 접속 기록이 나와, 여러 컴퓨터에서 접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사 플랫폼의 화면 등도 베꼈다고 주장한다. 박 부대표는 “거의 모든 화면이 스마트스코어와 동일하게 개발되었다”고 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월 카카오VX가 자사 기술을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카카오VX를 신고했다.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사 플랫폼의 화면 등을 베낀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스코어 제공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사 플랫폼의 화면 등을 베낀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스코어 제공

카카오VX 측은 “스마트스코어에서 이직한 직원이 스마트스코어 관리자 페이지를 본인이 사용하던 계정으로 접속한 사실을 발견했고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후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고, 외부조사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카카오VX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침해)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컴퓨터를 압수 수색해 포렌식을 하면 로그 기록과 접근 자료도 나온다”라며 “만일 회사의 다양한 정보에 접근한 사실이 인정되면 영업비밀침해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①의리로 버틴 스크린골프, 철수론 다시 불거지나: 카카오VX는 문태식 대표가 창업·경영한 마음골프의 적자가 누적되자, 한게임 시절부터 인연 깊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17년 인수하고 지속 투자한 ‘의리경영’ 사례다. 2021년에는 1000억원 규모 대형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사세를 확장할수록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스크린골프 사업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미용실·대리운전·문구류 같은 중소 업종에 대기업 카카오가 진출한 대표 사례로 꼽히면서 철수론이 불거졌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잠잠해지자 최근에는 잇단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12일 특허법원은 골프존이 카카오VX와 SGM을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카카오VX와 SGM가 골프존의 비거리 조정 기술에 대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두 회사에 특허 침해 관련 제품을 모두 폐기하고, 카카오VX가 19억2000만원, SGM은 14억6000만원을 골프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1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의장(오른쪽). 당시 국감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임현동 기자

지난 2021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의장(오른쪽). 당시 국감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임현동 기자


②도용 논란, 다른 자회사도: 카카오의 헬스케어 자회사인 카카오헬스케어는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부착식 혈당 측정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닥터다이어리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브레인과 사업 면담을 갖고 자료를 제공했는데, 지난달 카카오헬스케어가 이와 비슷한 사업을 발표했다는 것. 앞서 지난해에는 닥터다이어리 초기 투자사의 임원이 카카오헬스케어에 입사했다. 닥터다이어리 측은 “해당 임원은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회사 정보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해당 임원은 투자심사보고서를 본 적 없고, 투자사 재직 기간 중 부착식 혈당 측정 서비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음을 확인했다”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앞으로는

자회사 축소 압박을 받는 카카오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스크린골프 사업을 계속 영위하느냐에 관심이 몰린다. 2012년 설립한 카카오VX는 오랜 적자 끝에 2020년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도 증가하는 중. 성장세나 이미 유치한 투자의 규모로 보나, 사업을 중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VX는 지난해 매출 1776억원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 https://www.joongang.co.kr/fact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