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을 열기 위해 압박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각종 자료를 들이대며 압박해도 이 전 부지사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부지사의 아들과 최측근 여성 등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혐의가 드러나면 이들에 대한 기소도 불사하겠다는 취지다.
檢, 이화영 측근 3차례 소환…위증 등 조사
2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 9일과 16일, 20일 등 3차례에 걸쳐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 A씨(여)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현재 A씨를 업무상 배임 방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 등의 수수)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한 상태다.
정당인인 A씨는 1990년 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이 전 부지사와 알게 된 사이다. 이 전 부지사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서 근무하다 이 회사가 폐업하자 2019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쌍방울그룹에 직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급여로 총 1억원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14일 열린 이 전 지사의 20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이 전 부지사가 아닌) 내가 썼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이 전 부지사의 소개로 쌍방울그룹 직원으로 허위 등재돼 급여를 받았고, 쌍방울 법인 카드도 이 전 부지사가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 부회장도 이달 7일 열린 27차 공판에서 “(쌍방울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이 전 부지사와 A씨를 만났는데 그때 이 전 부지사가 ‘A씨에게 법인카드를 줬다고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3차례 소환 조사에서 A씨에게 법정에서 한 증언의 신빙성 여부(위증)와 쌍방울그룹 직원으로 허위 등재돼 월급을 받은 경위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검찰에 온 A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를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에도 A씨에게 업무상횡령 방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상당성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화영 아들에 측근도 조사…이화영 압박
검찰은 같은 날 이 전 부지사의 아들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쌍방울그룹 계열 연예기획사에 취직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B씨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때인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쌍방울그룹 계열의 연예기획사에 근무했다. 방 부회장은 지난달 3일 열린 17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B씨를 계열사에 취업시켰다”며 “당시 기획사 대표에게도 ‘이화영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B씨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 측이 뇌물의 일환으로 이 전 부지사의 아들을 계열사에 취업시켰을 가능성을 놓고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이자 친구인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도 이달 초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 전 국장은 이 전 부지사가 2008년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서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중국 출장 당시 북한 인사·쌍방울 관계자들과 식사한 사진 등을 검찰이 제시했는데도 “쌍방울 사람인지 몰랐다”고 주장해 ‘거짓 증언’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이 밖에도 이달 초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 등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을 북한에 연결해 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도 지난 18일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되기 이틀 전에 집 앞으로 찾아와 ‘김 전 회장을 내가 오래전부터 알았던 것으로 해달라’고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아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