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00억 그루 심었지만…'외국 목재' 6조어치 사오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 3월 11일 경남 하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91ha를 태우고 22시간 40분 만에 꺼졌다. 마침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피해 규모가 컸을 것이라고 산림 당국은 전했다. 당시 불이 난 산에는 진화차 등 장비가 오갈 수 있는 임도(林道)가 없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야간에는 헬기가 뜰 수 없기 때문에 진화차 등 다른 장비를 총동원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려면 반드시 장비가 움직일 임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2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내 산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산림녹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1973년 치산녹화계획을 수립해 민둥산에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은 지 50년이 됐다. 그동안 나무를 약 100억 그루를 심어 전국 곳곳이 울창해졌다.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변해,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은 OECD 국가 중 4위다. 산림 자원은 50년과 비교해 15배 늘었다. 1987년 18조원 규모이던 산림 공익가치는 2020년 259조원으로 증가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개발도상국에 산림녹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남미 12개 국가에 조림 분야 등 전문인력 120여 명을 파견했다. 현재도 몽골·중국·미얀마·인도네시아 등에서 녹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산림녹화 50년…심는 데 집중, 관리는 소홀 

하지만 나무를 심는 데만 집중했을 뿐 후속 관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덮여있지만, 목재 수요의 8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2021년 기준) 6조원을 여기에 쓴다. 산림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지나친 규제 때문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전국 산림 가운데 60%가 공익용산지 등으로 묶여 나무 베기 등이 어려운 게 문제”라며 “규제 개혁 대상을 찾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국토녹화 50주년 및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이 기념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 5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국토녹화 50주년 및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이 기념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가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산불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산불 발생 건수는 460건으로 예년(2013년~2022년)보다 30% 증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대적인 숲 가꾸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 게 거의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대형산불 조기 진화 위해 임도(林道) 조성 

산불이 나도 임도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진화가 어렵다고 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1968년부터 국내에 조성한 임도는 2만4929㎞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산림 1ha당 독일은 54m, 오스트레일리아 50.5m지만 한국은 3.97m다. 특히 취수장을 겸비한 ‘산불진화임도’는 지난해 말 기준 332㎞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매년 사유림·공유림·국유림·국립공원 등 주요 산에 산불진화임도 500㎞를 만들 계획이다.

친환경 벌채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숲의 건강을 지켜준다. [사진 산림청]

친환경 벌채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숲의 건강을 지켜준다. [사진 산림청]

나무가 노령화(老齡化)하다 보니 이산화탄소(CO2)흡수율도 떨어진다고 산림청은 전했다. 소나무·잣나무·낙엽송 등 국내에 심은 나무는 대부분 나이가 30년을 넘었다. 수령 25~30년을 넘으면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한다.

올해 남산 74배 면적에 4900만 그루 식목

산림청은 현지 사정에 맞는 '맞춤식 조림'으로 정책을 바꾼다. 올해 서울 남산 면적의 74배에 이르는 2만2000㏊에 49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유실수 등 경제림 1만4000㏊와 꿀벌 활동을 위한 밀원수림 150㏊ 등이 포함됐다. 도로변·생활권 경관 조성을 위한 숲 만들기 2564㏊, 대형산불 피해지 숲 복원 3884㏊, 대형 산불 확산 방지용 내화수림대 351㏊ 조성도 추진한다.

지난 5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국토녹화 50주년 및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 등 참가자들이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 5일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국토녹화 50주년 및 식목일 기념행사에서 남성현 산림청장 등 참가자들이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진 산림청]

남성현 청장은 “산림정책을 나무 심기 위주에서 국민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