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하이엔드] “역사와 노하우, 이것이 바로 브레게를 굳건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브레게(Breguet)는 하이엔드 시계 중에서도 최상위급으로 분류되는 고급 시계다. 이들의 역사가 곧 ‘시계의 역사’라 할 만큼 오랜 역사와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하이엔드 시계업계를 이끌고 있다. 브레게의 역사는 시계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워치메이커이자 디자이너로 불리는 인물 아브라함-루이 브레게(1747~1823)로부터 시작한다. 스위스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그는 1775년 파리에 자신의 시계 공방을 만들고 투르비용, 택트 워치,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들며 시계 역사를 써내려 갔다.

인터뷰 ㅣ 한국 찾은 브레게 가문 7대손
엠마누엘 브레게 부사장 겸 유산 책임자

지난달 20일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직계 7대손인 엠마누엘 브레게(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2019년 첫 방문 후 두 번째 방한이다. 그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딴 후, 1993년 브랜드의 역사적 헤리티지 큐레이터 자격으로 브레게에 입사해, 지금 브레게 유산 책임의 브레게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4년 만에 다시 오셨어요.

“처음엔 출장 중에 잠깐 들렀던 것이라 정말 짧게 있다 갔어요. 당시 새로운 마린 컬렉션 출시에 맞춰 한강 변에서 행사와 함께 한국의 워치 컬렉터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그들이 시계 산업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와 브레게 브랜드 역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엠마누엘 브레게 부사장은 브레게의 역사를 연구하고 계승하는 일을 담당한다. 한 명의 역사학자로 브레게의 역사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으로는 500개 이상의 일러스트가 담긴 452페이지에 달하는 1997년 작 『브레게, 워치메이커 since 1775.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생애와 유산』이 있다.

브레게의 역사를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려서부터 브레게의 역사가 좋았어요. 또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기도 하고요. 물론 창립자의 후손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시계 브랜드 ‘브레게’와 관련된 글이나 책을 쓸 때는 역사학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시계 역사의 획을 그은 투르비용을 발명했다. 사진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제작한 초기 투르비용 타임피스 중 하나인 No.1176. 사진 브레게.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시계 역사의 획을 그은 투르비용을 발명했다. 사진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제작한 초기 투르비용 타임피스 중 하나인 No.1176. 사진 브레게.

역사학자로서 브랜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브랜드 역사를 과장하지 않고, 실제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죠.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라는 창립자에 대한 모든 내용을 조사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 백 년 동안 시계를 만들면서 쌓인 다양한 자료와 기술 문서들, 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자신이 고객들과 나눈 편지 같은 자료가 방대합니다. 이것들을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면서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한 초석을 다집니다.”

이토록 역사 연구와 기록에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른 브랜드와 브레게가 차별되는 것이 바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좋은 시계 브랜드들이 많이 있지만, 브레게처럼 탁월한 유산과 전통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코 없습니다.”

그의 말처럼 브레게는 세계 시계 역사를 이끌어온 브랜드다. 엠마누엘 부사장은 7대조 할아버지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시계업계에 크게 기여했다고 봤다. 그는 우선 혁신적이라 평가받을만한 시계 기술을 다수 발명했다는 것, 그리고 ‘시계’라는 기계 장치에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요소를 녹여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여기에 영업망을 갖춰 꼼꼼히 만든 시계를 많은 사람에게 소개했다는 것도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중요했다고 봤다. 그는 “이렇게 한 사람이 아티스트면서 기술자였고 훌륭한 세일즈맨이었다는 것이 바로 브랜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타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브랜드 역사가 248년이나 됐어요. 어떻게 이렇게 긴 역사가 가능했습니까.

“브랜드가 생긴 후 단 한 번도 맥이 끊기거나 중단된 적 없이 이어져 온 것은 어쩌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역사를 연구하는 게 더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긴 역사는 몇 가지 획을 긋는 발명품과 방향성을 통해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첫 번째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01년 특허를 받은 ‘투르비용(Tourbillion,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을 들 수 있습니다. 그에게 투르비용이란 태양계의 시스템을 시계 안에 담는 장치였죠. 또 하나는 항해를 도와주는 ‘마린 크로노미터’입니다. 19세기엔 워낙 항해가 중요했던 시기라 선박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배의 경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장치인 정확성 높은 마린 크로노미터의 개발로 항해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항공에서의 시계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파일럿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시계 제작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브레게는 수 백 년의 역사를 거쳐오면서 계속 인류의 발전과 진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브랜드가 함께 변화해 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시계로 시간을 보면 늘 미래로 가고 있어요. 브레게 역시 항상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엠마누엘 브레게가 관장으로 있는 프랑스 파리 방돔 브레게 뮤지엄의 모습(위)과 뮤지엄에 소장된 문서(아래). 사진 브레게

엠마누엘 브레게가 관장으로 있는 프랑스 파리 방돔 브레게 뮤지엄의 모습(위)과 뮤지엄에 소장된 문서(아래). 사진 브레게

엠마누엘 브레게 부사장의 또 다른 직함은 ‘브레게 뮤지엄’의 관장이다.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있는 브레게 뮤지엄과 소장 유산을 관리한다. 특히 파리 방돔 광장에 있는 박물관은 그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 박물관엔 브랜드 역사에서 중요한 시계와 문서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는 이곳을 개방해 고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편하게 들러 구경할 수 있게 했다.

방돔 브레게 뮤지엄은 어떤 공간인가요.

“많은 사람에게 브레게가 지금까지 어떤 훌륭한 ‘보물’을 만들어왔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뮤지엄에 전시된 시계를 보면 워치메이킹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볼 수 있죠. ‘우리에겐 이런 역사가 있다’고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물과 관련 서류까지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역사를 증명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들도 브레게를 더 흥미롭게 생각하게 되고요.”

"이것이 브레게 스타일"이라 엠마누엘 브레게라 말한 '브레게 클래식 캘린더 7337'.

"이것이 브레게 스타일"이라 엠마누엘 브레게라 말한 '브레게 클래식 캘린더 7337'.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의 손목엔 어떤 시계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계는 무엇’인지 묻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양복 소매를 걷어 올려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줬다. ‘브레게 클래식 캘린더 7337’였다.
“오프 센터 다이얼 워치예요. 브레게는 전통적으로 시계 다이얼에 문페이즈를 표시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 장치가 작동하고 있어요. ‘브레게의 우아함’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브레게 스타일’ 시계입니다.”

앞으로 브레게가 어떤 브랜드로 역사를 쓰길 원하나요.

“저는 브레게가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놀라운 유산을 가지고 있고, 정말 훌륭한 품질의 시계를 정말 단순하게, 그러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런 능력을 활용해 계속해서 시계의 미래를 창조할 것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