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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채소부터 플라스틱 다이어트까지, 환경 구하는 MZ 잡아라 [쿠킹]

중앙일보

입력

지속가능성을 넘은 ‘생존 가능성’. 환경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나와 우리의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MZ세대는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세계 46개국 MZ세대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용기 내 챌린지를 하며, SNS에 비닐이나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은 모습을 인증한다.

환경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식품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환경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식품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환경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IBM이 발표한 ‘2020 글로벌 소비자 동향 연구’에서 가치 중심 소비자 70%는 재활용 제품, 친환경 상품 등 환경을 보호하는 브랜드의 구매를 위해 일반 가격보다 35%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그중 57%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구매 습관을 바꿀 의향도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변화는 기업을 바꾼다. 실제로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의 목소리, 사회에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한 권으로 끝내는 ESG수업』의 저자 신지현씨는 “식품기업이 친환경 활동을 고려하는 방법은 식품재료를 생산하는 것부터, 공급망 상의 운송, 가공, 패키지(포장), 배송, 음식물 폐기물 처리까지 비즈니스 밸류 체인 전체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수병의 라벨을 없애고 용기의 무게는 줄였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먹거리로 대체육을 출시했다.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제품으로 선보이며 생산과 소비의 친환경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뜨거운 친환경 먹거리, 대체육 

대체육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베지가든의 떡갈비. 사진 농심

대체육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베지가든의 떡갈비. 사진 농심

환경에 대한 관심은 먹거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신지현 작가는 “식품기업의 친환경 활동 중 바람직한 것으로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 일 수 있는 친환경 농법 등을 써서 식품의 재료를 재배하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축산업보다는 대체육이나 식물성 식품으로의 전환이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신해서 먹을 수 있도록 비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의 시장 규모가 2026년 약 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국내 식품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노력은 결과로 이어진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뿐 아니라, 닭고기, 참치까지 대체육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특히 대체육의 맛과 식감이 제법 고기와 유사해지고 있다. 질기고 콩 특유의 비린 맛이 아닌 육즙까지 재현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농심의 ‘베지가든’이 대표적이다. 대체육의 핵심 소재와 공법을 직접 개발했는데, 콩 단백질 분말을 고온고압으로 성형 틀을 통과시켜 뻥튀기처럼 뽑아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특유의 육즙까지 재현했다.

환경 지키는 못생긴 농산물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던 농산물은 환경 파괴의 원인이다. 사진은 못난이 농산물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글리어스의 박스. 사진 어글리어스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던 농산물은 환경 파괴의 원인이다. 사진은 못난이 농산물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글리어스의 박스. 사진 어글리어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적어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못생겨서’ 버리는 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당근, 흠집이 난 토마토, 작은 파프리카 등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산지에서 버려지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2019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은 한해 13억 톤으로, 전체 농산물량의 30%에 달한다. 이렇게 버려진 농산물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다. 대량으로 버려진 농산물이 썩는 과정에서 폐수 발생은 물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5~10%를 차지한다. 어글리어스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질 상황에 처한 친환경 농산물을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회 기준 1만5500원(스탠다드 박스 기준)의 비용을 내면 1~2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친환경 못난이 채소 7~10종을 보내준다.

버려지는 부산물? 고단백 식품! 

맥주박을 활용해 만든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 사진 오비맥주

맥주박을 활용해 만든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 사진 오비맥주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채소와 과일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국인의 사랑하는 맥주와 커피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리하베스트와 공동 개발해, 맥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출시했다. 맥주박은 맥주 양조 중 담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식품으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 맥주박으로 만든 리너지가루는 일반 밀가루 대비 단백질은 약 2.4배, 식이섬유는 약 20배에 달한다.

모두의 관심사, 플라스틱 줄이기  

플라스틱 줄이기는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다. 사진은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양반김 에코패키지. 사진 동원F&B

플라스틱 줄이기는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다. 사진은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양반김 에코패키지. 사진 동원F&B

친환경에 관심이 적은 소비자라도 플라스틱 문제는 남의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쓰레기 분리수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변화는 ‘용기’다. 재활용이 가능한지, 같은 용기라면 플라스틱 사용이 적은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기업도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소비하는 샘물을 담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무게는 가벼워지고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없앴다. 동원F&B는 2013년 환경부와 페트병 경량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동원샘물 500mL 페트병 무게를 19g에서 14g으로 줄인데 이어 2021년 500mL 페트병과 2l 페트병의 무게를 각각 15.7%, 8.4% 경량화했다. 이로써 연간 약 120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닐 라벨을 없앤 라벨프리 제품도 내놨다. 이뿐이 아니다. 도시락 김의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양반김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는 조미 김은 한해 6억봉 이상 판매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플라스틱의 무게를 환산하면 2280톤이다.

마지막까지 친환경, 배송  

식품기업은 먹거리를 넘어 배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은 hy의 탑승형 냉장 전동 카트 코코. 사진 hy

식품기업은 먹거리를 넘어 배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은 hy의 탑승형 냉장 전동 카트 코코. 사진 hy

식품의 생산 만큼 중요한 게 배송이다.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식품을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이 음식이 소비자에게 닿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 회사 중에서도 hy는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가 유제품뿐 아니라 밀키트를 배달할 때 사용하는 탑승형 냉장 전동 카트 코코를 운영하기 위해 지금까지 총 1500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기준 1만대의 코코가 운영 중인데, 이들의 월평균 이동 거리는 약 450㎞로, 이를 내연기관으로 전환하면 한 달에 CO2(이산화탄소) 1086톤을 발생시키는 수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16만5000그루의 소나무가 필요하다. 코코는 제품을 냉장 상태로 전달할 수 있어, 배송 과정에서 사용되는 보랭 박스 등의 포장 용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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