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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상한 훈련…"코로나, 우한연구소 유출" 美의회 근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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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연방 상원 보건위원회가 1년 6개월간의 조사 끝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 발생보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상원 보건위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조사단은 방대한 중국 정부 문서와 의학 논문,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펴낸 3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근거들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한 당국은 이미 2019년 9월 18일 코로나19에 감염된 승객을 식별하기 위해 국제공항에서 비상 대응 훈련을 실시했으며, 같은 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연례 정기국회 격)는 병원체와 관련된 실험실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2017년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2017년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면서 "많은 정황 증거들을 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19년 9월 이전 우한 실험실에서 의도하지 않은 두 차례의 사고로 최초 유출됐으며, 그 즈음 우한에서 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중국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보고한 시점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이에 미 상원 보건위는 "(이는) 코로나19 최초 발병 시점이 은폐됐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 ABC뉴스 등은 보고서가 제시한 증거들 중 "설득력이 있다"며 몇 가지를 꼽아 소개했다.

증거1. "코로나 보고 3개월 전 이미 감염자 식별 훈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선 코로나19가 WHO에 보고되기 3개월 전인 2019년 9월부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한 당국은 2019년 9월 18일,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달 전인대는 병원체를 연구하는 실험실 관리를 강화하고, 생물학적 안전을 개선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또 우한 과학자들은 같은 해 11월 19일 중국과학원의 고위 관리가 이끈 생물 안전·보안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다. 당시 이 고위 관리는 우한 연구소 측에 '생물 보안 업무가 직면한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을 전달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우한 연구소 실험실 전경. AFP=연합뉴스

우한 연구소 실험실 전경. AFP=연합뉴스

증거2. "中, 늦어도 2019년 11월 백신 개발 시작"  

중국이 코로나19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기 전 이미 대응 백신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연구팀은 2020년 2월 24일 코로나19 백신을 특허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계에 도달하는 데는 최소 2~3개월이 걸린다는 게 백신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중국이 늦어도 2019년 11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더욱이 이 개발을 이끈 저우 유센 교수는 백신 특허 출원 후 얼마 되지 않아 의문의 사망을 했는데, 당시 중국 당국은 그의 사망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권위자인 스정리(石正麗) 박사 등 우한 연구소 연구진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알려졌다.

증거3. 우한 실험실 유출 한 차례 아닌, 두 차례? 

보고서는 우한 실험실에서의 바이러스 유출이 한 차례가 아닌, 2주 이상 간격으로 두 차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우한에서 초기 확산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일한 바이러스의 두 계통 중 한 계통이 더 많은 돌연변이를 보였다며
이는 다른 계통보다 더 오래 유통되거나 더 많은 사람을 거쳤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쉬쉬한 채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다 두 번째 실험실 유출 사고가 일어났으며 이것이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보건위원회가 1년 6개월간의 조사 끝에 펴낸 코로나19 기원 조사 보고서. 로저 마샬 미 상원의원 홈페이지 캡처

미 상원 보건위원회가 1년 6개월간의 조사 끝에 펴낸 코로나19 기원 조사 보고서. 로저 마샬 미 상원의원 홈페이지 캡처

증거 4. "우한 연구소, 갑자기 염기서열 비공개"  

우한 연구소가 2019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수집한 박쥐 등 동물 샘플은 2만 개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우한 연구소가 과거엔 이런 연구와 관련한 염기서열을 공개했으나, 2019년 9월부터 갑자기 미공개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미공개 염기서열에 코로나19에 가까운 균주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2020년 베이징에 있는 한 대학의 교수가 실험 대상이었던 동물을 팔다 적발된 전례가 있다"며 "우한 연구소의 실험용 동물들이 식용으로 판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현미경으로 본 초기 코로나19바이러스. EPA=연합뉴스

현미경으로 본 초기 코로나19바이러스. EPA=연합뉴스

증거 5. "우한 연구소 근처 대학들 중심으로 질병 급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한 실험실 인근 대학을 중심으로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의 질병이 급증했다"는 글이 번졌다. 앞서 2019년 11월엔 중증 독감의 전파로 일부 고교의 수업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우한 주재 미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2019년 10월 중순, 우리는 우한에서 유난히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11월엔 질병이 더욱 확산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미 에너지부와 미 연방수사국(FBI)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중국 연구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와 정보기관 4곳은 자연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등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분석이 엇갈린다. 또 미 상원 보건위가 이번에 제시한 증거들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들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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