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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국장' 꺼낸 기시다 뉴스 올렸다…폭탄 테러범 SNS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선거 유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져 체포된 기무라 류지(木村隆二·24)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는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기무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에서 '기시다는 세습정치인'이라는 내용 등 일본 정치를 비판하는 글이 발견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19일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폭발물을 던진 기무라 류지 용의자가 17일 일본 와카야마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폭발물을 던진 기무라 류지 용의자가 17일 일본 와카야마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무라의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에는 지난해 9월 8일 기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국장(國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의 뉴스가 링크돼 있다. 그는 여기에 "기시다 총리도 세습 3세다. 민의를 무시하는 사람은 통상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코멘트를 달았다. 당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는데, 기시다 총리가 이를 무시하고 국장을 강행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정치인) 세습이 만연한 원인은 300만엔(약 3000만원)의 공탁금을 요구하는 위헌적인 공선법(공직선거법)이 있기 때문이다. 서민은 입후보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는 붕괴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또 통일교와 정치가들의 유착 관계를 염두에 둔 듯 "입후보해도 싸울 상대는 종교단체 조직표다. 일반인이 절대 정치인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피선거권 나이 제한은 헌법 위반" 

기무라 용의자는 정치인 지망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참의원 피선거권 조건(30세 이상)에 미치지 못해 입후보가 좌절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에 10만엔(약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고베(神戸) 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냈다. 참의원(상원) 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이었다.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기무라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일본 정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트위터 캡처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기무라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일본 정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트위터 캡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소송은 대리인 변호사 없이 진행하는 '본인 소송'이었다. 그는 소장에서 입후보를 할 때 300만엔의 공탁금을 내는 제도도 "재산이나 수입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헌법 44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기무라는 또 이후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기시다 정권이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결정한 것을 언급하며 "반대 여론이 다수인 가운데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해선 "구 통일교와 같은 컬트 단체, 조직표를 가진 단체와 유착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고베 지방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이 청구를 기각했으나 기무라 용의자는 항소했고, 5월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폭발물 상당한 위력, 사람 맞았으면 최악의 사태"

경찰 조사를 통해 사건 당시 정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기무라 용의자는 15일 오전 11시 25분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雑賀崎) 항구에서 보궐 선거 유세를 하던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졌다. 폭발물은 바닥에 떨어진 후 약 50초 후에 터졌고, 기시다 총리는 폭발 전에 대피해 부상을 입지 않았다.

일본 와카야마현 경찰이 16일 폭발물 투척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와카야마현 경찰이 16일 폭발물 투척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당시 투척된 폭발물의 통 뚜껑으로 보이는 금속 부품이 폭발 지점에서 약 6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지면에서 2m 위, 나무 소재의 벽에 꽂혀있었다고 한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뚜껑이 기시다 총리의 유세를 듣기 위해 모였던 청중 위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폭발 지점에서 약 40m 떨어진 창고 외벽에도 폭발물 통이 부딪힌 흔적이 확인됐다. 총기 연구가 다카쿠라 소이치로(高倉総一郞)는 요미우리에 "무게가 있는 금속제 뚜껑이 장거리를 비행한 점을 보면 상당한 위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이 맞았다면 탄환처럼 몸에 박혀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기무라 용의자는 통 모양의 물건을 2개 소지하고 있었다. 첫번째 통을 약 10m 앞에 있던 기시다 총리에게 던진 직후, 주변의 어부들에게 제압됐고 이어 경계 중인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당시 손에는 통과 라이터를 들고 있었으며 경찰은 그가 두 번째 통에 불을 붙여 던지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하지 않은 두 번째 통의 내부 구조를 조사한 결과, 길이 약 20㎝로 양측에 금속제의 뚜껑이 있고 내부에 화약을 넣는 '파이프형 폭탄' 형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기무라 용의자의 자택에서는 화약의 원료로 보이는 분말이나 금속제 파이프, 공구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기무라 용의자가 인터넷 등에서 폭발물 제조 방법을 조사해 스스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터넷 검색 이력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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